‘국민타자’ 이승엽, 어린 사자들을 일깨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3일 05시 30분


삼성 이승엽이 2일 대구 홈경기에서 2회 선제 홈런으로 팀을 구했다. 이승엽은 2회 KIA 김윤동을 상대로 우월 홈런을 터뜨려 김한수 신임 감독에게 첫 승을 선사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이승엽이 2일 대구 홈경기에서 2회 선제 홈런으로 팀을 구했다. 이승엽은 2회 KIA 김윤동을 상대로 우월 홈런을 터뜨려 김한수 신임 감독에게 첫 승을 선사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승엽(41)은 사자군단의 심장과 같은 존재다. 그 이유가 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은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열린 KIA와 홈 개막 2연전에서 모두 패했다. 1일 경기에서는 9회말 0-7에서 7-7로 따라붙는 뒷심을 보였음에도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2점차로 졌다. 가뜩이나 시즌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부터 연패에 빠지면서 팀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2일 경기 전 만난 삼성 김한수 감독은 전날 패배를 아쉬워하며 “9회 우리 선수들이 집중력이 좋았다”며 칭찬을 잊지 않았지만 “경기를 뒤집었다면 반등할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삼성은 분위기 전환이 절실했다. 지난해 9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 명예회복을 위해 나선 올 시즌이었지만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지 못했다. 그렇다고 반전이 쉬워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쉽게만 보였던 시즌 첫 승이 전력이 약화되면서 아득하게 보였다. 자칫하면 연패에 빠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난세에 영웅’은 탄생했다. 그 어려운 걸 해낸 이가 다름 아닌 ‘국민타자’였다. 이승엽은 이날 0-0으로 맞선 2회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김윤동의 시속 144㎞짜리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체공시간이 길었지만 KIA 우익수 노수광이 따라갈 수 없는 타구였다. 시즌 1호 홈런.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승엽의 홈런은 1점짜리였지만 그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시범경기부터 답답하리만큼 터지지 않던 타선이 그의 홈런을 시발점으로 무섭게 폭발했다. 2회 이어진 1사 2·3루서 김헌곤이 마수걸이홈런을 때려내며 4-0을 만들었고, 4-1로 추격당한 4회에는 장단 8안타가 터지며 무려 8점을 뽑아냈다. 이 8점에는 이승엽의 희생플라이타점도 포함돼 있다.

이승엽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마치 앞선 2경기 동안 치지 못한 것을 한풀이하듯, 13-1로 앞선 5회 1사 2·3루서 또 다시 우전적시타를 터트리며 2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이날 홈런포 포함 4타수 2안타 4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이승엽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은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김한수 신임감독에게도 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첫 승이었다. 개인적으로 역시 개인 통산 444번째 아치를 팀의 연패를 끊는 결승홈런으로 때려내며 자신의 마지막 은퇴시즌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승엽은 경기 후 “홈에서 3연패를 당하면 팬들에게 면목이 없을 뻔 했는데 오늘 이겨서 기쁘다기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내 홈런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팀 타격이 좋지 않았는데 코치님들이 큰 부담을 주지 않으셨고 선수들 스스로 각성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오히려 개막 2연패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개막전에서 승리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중심타선에서 쳐줘야 시너지효과가 나오는데 나 역시 2경기에서 안타 하나씩만 쳐서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이어 “지금보다 스윙이 빠르고 간결하게 나와야하는데 뭔가 모르게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끊임없이 채찍질 했지만 “그래도 오늘 좋은 결과가 나와서 자신감을 가지고 다음 3연전(잠실 LG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대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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