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호, ‘뜨거운 감자’ 오승환을 삼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12일 05시 30분


오승환이 우여곡절 끝에 WBC에 합류했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11일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WBC 대표팀 예비소집에서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을 김광현 대체자로 뽑기로 결정했다. 스포츠동아DB
오승환이 우여곡절 끝에 WBC에 합류했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11일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WBC 대표팀 예비소집에서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을 김광현 대체자로 뽑기로 결정했다. 스포츠동아DB
‘끝판대장’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표팀 최종 엔트리(28명)에 선발됐다. 그동안 대표팀 발탁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었지만, WBC 대표팀 사령탑인 김인식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고 ‘뜨거운 감자’ 오승환을 삼키기로 결단을 내렸다.

김 감독은 11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WBC 대표팀 예비소집에서 코칭스태프와 오랜 회의 끝에 팔꿈치 부상으로 28명 엔트리에서 빠진 김광현(29·SK) 자리에 오승환을 대신 뽑기로 결정했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가장 먼저 양현종(29·KIA)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스스로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시즌 초반 스타트가 늦게 걸리는 부분 역시 선수가 ‘더 일찍 훈련을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양현종이 좋지 않은 상황이면 선발투수를 뽑아야했지만 몸 상태가 좋다고 답변을 해 마무리투수 오승환을 뽑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승환이 합류하면서 대표팀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와 함께 2017 WBC를 치르게 됐다. 그러나 현역 메이저리거 야수인 김현수(볼티모어)는 이날 김 감독과 통화해 대회 불참을 최종 통보했고, 추신수(텍사스)는 소속팀이 부정적 입장이어서 참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승환은 해외도박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월 법원으로부터 단순도박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당시 KBO는 ‘KBO리그 복귀 조건부’로 시즌 50%에 해당하는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오승환은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어 KBO 징계를 이행할 수 없는 신분이다. 그동안 대표팀 선발에 반대한 여론은 이 부분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국제대회와 KBO 징계는 다르다며 오승환의 대표팀 발탁에 찬성하는 의견도 팽팽했다.

WBC 대표팀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WBC 대표팀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김 감독은 “오승환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통화를 했다. 오승환이 ‘선발되면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대표팀에서 헌신을 통해 용서받고 싶은 마음도 말했다”며 “이미 오승환은 소속팀과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에 대표팀에 선발되면 WBC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했다. 여론이 좋지 않은 부분도 있어 많은 고심을 했다. 전력상 오승환이 들어오면서 다소 선발진이 미흡하더라고 불펜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 전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동안 국가대표의 중심축을 이루던 류현진(LA 다저스), 윤석민(KIA), 김광현(SK) 트리오가 모두 빠진 것을 비롯해 선발진에 해외파 투수가 단 1명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김 감독은 불펜 중심으로 마운드를 운영해 난국을 타개하기로 했다. 오승환이 뒷문을 맡게 되면 임창용(KIA) 이현승(두산) 박희수(SK) 원종현(NC) 등 마무리투수 후보들을 앞쪽으로 한 단계씩 전진배치해 불펜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WBC 사무국과 메이저리그 구단의 합의에 따라 대표팀 해외캠프가 아닌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한다. 이어 대회 시작(3월6일) 3일 전에 입국해 고척스카이돔에서 대표팀 선수들과 손발을 맞춘 뒤 개막전(이스라엘전)에 나설 예정이다. 오승환은 대표팀에 승선하면서 2006년, 2009년, 2013년에 이어 2017년까지 대표팀 투수 중 유일하게 4회 연속 WBC 참가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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