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3관왕, 타자 3관왕을 이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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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야구 시상식
니퍼트, 최형우 제치고 MVP

 투수 3관왕이 타자 3관왕을 이겼다.

 두산 니퍼트(35)가 1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삼성 최형우(33)를 물리치고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니퍼트는 올 시즌 다승(22승) 승률(0.880) 평균자책점(2.95)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최형우는 타율(0.376) 타점(144타점) 최다안타(195개)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부터 MVP 선정 방식을 점수제로 바꿨다. 각 투표인이 1∼5위까지 순위를 매기면 1위는 8점, 2위는 4점, 3위는 3점, 4위는 2점, 5위는 1점을 받는 방식이다. 니퍼트는 1위표 62장, 2위표 35장, 3위표 2장 등 총 642점을 기록해 530점을 얻은 최형우를 100점 차 이상으로 따돌렸다.

 니퍼트는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건 모두 팬들과 팀 동료들의 덕분이다. 특히 포수 양의지(29)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싶다. 양의지는 말 대신 내면이 통하는 동료”라며 “솔직히 MVP를 탈 줄 몰랐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등판하는 선발 투수가 매일 경기에 나오는 야수들과 경쟁해 MVP로 뽑히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35년 역사에서 투수가 MVP를 차지한 건 올 시즌 니퍼트가 13번째(37.1%)다. 13명의 투수 MVP 모두 그해 다승왕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4번째 MVP다.

 니퍼트는 “(한국에 처음 왔던) 6년 전 나에게 ‘너 6년 뒤에도 한국에서 뛰고 있을 거야’라고 말했다면 못 믿었을 거다. 하지만 두산에서 뛰었기 때문에 여태껏 선수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있었다면 진작 은퇴했을 것”이라며 “나처럼 나이 들어가는 선수가 올 시즌 두산처럼 좋은 팀에서 뛸 기회를 얻는다는 건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 때문에 올 시즌 울컥했던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니퍼트는 20승을 기록한 9월 13일 잠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 때 눈물을 보이는 등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할 때가 많았다.

 그는 이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미러클(miracle) 두산’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도대체 뭐가 기적이라는 거야’라는 생각뿐이었다. 지난해에도 두산은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할 만큼 탄탄한 팀이었다. 올해 사람들에게 두산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한 게 그 어떤 상보다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상식에는 올 1월 재혼한 니퍼트의 아내 N 씨(29)도 자리를 함께했다. N 씨는 “남편이 ‘한국에 와서 상을 받는 게 처음이니 같이 가자’고 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아내와 함께 인도네시아 발리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니퍼트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해 달라’는 말에 한국말로 “여보, 사랑해”라고 말했다. 이어 “아내는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다는 ‘인터넷 악플’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나 역시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아내는 내색하지 않고 늘 내가 경기에서 더 잘 던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아내가 없었다면 이 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퍼트는 “‘올 시즌이 내 야구 인생 최고였다’고 말하는 건 도전을 멈추는 느낌이 들어 싫다. 내년에도 경기를 마치고 거울 앞에 서 ‘오늘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두산 팬들과 팀원들을 위해 성심을 다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 시상식#니퍼트#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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