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주희정 “오늘도 뛴다, 마지막 경기하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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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즌 맞은 프로농구 원년멤버, 사상 첫 1000경기 출전도 가시권
“지고는 못사는 승부욕이 날 만들어”

최고참이 된 지금도 팀 내에서 야간 자율 훈련에 가장 열심인 주희정. 용인=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최고참이 된 지금도 팀 내에서 야간 자율 훈련에 가장 열심인 주희정. 용인=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했을 때 고려대를 중퇴하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주희정(39·삼성)은 20세 최연소 선수였다. 대학 시절에도 신기성에게 밀려 출전을 보장받지 못한 그에게 강동희, 이상민 같은 걸출한 선배들이 누비는 프로 코트는 넘을 수 없는 벽 같았다.

 원주나래 유니폼을 입고 데뷔 후 첫 경기를 치른 뒤 주희정은 농구를 그만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지고 나서 잠도 못 자고 씻지도 먹지도 못했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준비를 엄청 했는데 팀도 지고 저도 못했으면 말 다한 거 아녜요? ‘아, 프로에서 성공하지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느덧 이제 최고령 선수가 된 그는 프로농구 최초로 1000경기 출장을 앞두고 있다. 역대 출장경기 2위 기록은 추승균(KCC)의 738경기다. 현역 2위 동부 김주성은 올 시즌을 다 뛰어도 700경기를 채우지 못한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1000경기 출장은 대단한 기록”이라며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다. 주희정은 이미 레전드다. 지금도 야간 운동을 한 번도 안 쉴 정도”라고 말했다.

 데뷔 이래 주희정이 코트에 서지 않았던 건 12경기뿐이다. 한 시즌 최다 결장도 4경기에 불과하다. 2003∼2004시즌 경기 중 갑상샘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그대로 마쳤을 때다. “시즌 때는 뭐든지 참는다”는 주희정은 어깨, 무릎 등 웬만한 수술은 다 받았지만 모두 비시즌에 받고 재활을 마친 뒤 정상 복귀했다. 삼성이 우승했던 2000∼2001시즌 챔피언 결정전 전 경기(5경기) 모두 40분씩 뛰었던 독종이다.

 매 시즌 최고령 선수 기록을 경신하는 그는 “나이가 들다 보니 아무래도 치고 나갈 때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 같다”며 “젊은 선수들에게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노력을 하고 있다. 1분이 됐든, 5분이 됐든 주어진 시간만큼은 코트에서 최대한 많이 움직일 각오”라고 말했다.

 주희정은 ‘언제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라는 생각으로 뛴 지 5년 정도 됐다. 일단 이번 시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주희정의 983번째 경기였던 4일 전자랜드전에서 삼성은 경기 종료 4초 전 성공한 골밑 슛으로 76-75으로 승리하며 공동 1위에 올랐다. 같은 날 모비스는 연장 접전 끝에 오리온에 71-83으로 패해 단독 꼴찌가 됐다.

용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주희정#농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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