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리즈 우승’ 니혼햄, 오타니 원맨팀이 아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5시 30분


니혼햄 파이터스. 사진제공|니혼햄 홈페이지
니혼햄 파이터스. 사진제공|니혼햄 홈페이지
일본프로야구(NPB) 니혼햄은 ‘이도류(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27)의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고구속 165㎞에 이르는 빠른 공과 140㎞대의 포크볼을 던지고, 20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공격력까지 갖춘 오타니를 두고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캐릭터라고들 한다. 이번 일본시리즈의 키플레이어로 꼽힌 것은 당연했다. 등판하지 않는 날에도 언제든 타석에서 힘을 보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니혼햄은 29일(한국시간) 히로시마 마쓰다줌줌스타디움에서 열린 히로시마와 일본시리즈 6차전에서 10-4의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1~2차전을 내준 뒤 3~6차전을 내리 따내며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트레이 힐만 현 SK 감독이 지휘하던 2006년 이후 10년 만의 일본시리즈 제패다. 오타니는 1차전에 선발등판해 패전투수(6이닝3실점)가 됐지만, 시리즈 전적 2전패로 끌려가던 3차전 연장 10회 끝내기안타를 터트리며 분위기를 반전하는 등 5경기에서 타율 0.375(16타수6안타)를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3홈런7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브랜든 레어드의 몫이었다.

니혼햄의 일본시리즈 우승에 주목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오타니 한 명이 아닌 선수 전원이 합심해 이뤄낸 결과라는 점이다. 타선의 짜임새는 완벽했고, 마운드는 탄탄했다. 정규시즌에 활약했던 선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결정적인 순간에 터졌다. 니혼햄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젊은 선수들을 주전급으로 키워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니시카와 하루키, 나카시마 타쿠야, 곤도 겐스케가 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배경이다. 부동의 리드오프 요 다이칸이 주춤했지만, 니시카와와 나카시마가 테이블세터로 완벽하게 자리 잡으면서 고민을 지웠다.

외부 영입이 아닌 자체 육성을 통해 만들어진 팀이라는 점은 미래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팀의 4번타자 나카타 쇼와 포수 오노 쇼타도 니혼햄에서 성장한 선수다. 베테랑 내야수 오비키 게이지(야쿠르트)와 고야노 에이치(오릭스)를 프리에이전트(FA)로 떠나보내며 젊은 선수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줬다. ‘베스트9’ 중 외부 영입 선수는 외국인타자 레어드가 전부다. 다나카 겐스케는 2013시즌 메이저리그(ML)를 경험한 뒤 지난해 유턴했다.

1~2차전을 잡아내며 1984년 이후 32년 만의 일본시리즈 제패를 꿈꿨던 히로시마는 뒷심 부족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크리스 존슨~노무라 유스케~구로다 히로키의 1~3선발을 받쳐줄만한 선발자원이 부족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이 끝나고 현역 은퇴를 선언한 구로다는 7차전 등판이 예정돼 있었지만, 시리즈가 6경기 만에 끝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구로다는 “야구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보다는 경기에 졌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며 아쉬워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