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웃 안해도 우승” “안했으면 실격”…박성현 해프닝, 경기위원들도 헷갈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22일 05시 45분


신예 김지영 기권 놓고도 의견 분분

“솔직히 당황했다. 상대 선수도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17일 경기도 안산의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삼천리 투게더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는 여왕 등극을 노리는 박성현(23)과 신예 김지영(20)의 연장 혈투가 벌어졌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 끝에 박성현이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그러나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는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져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홀아웃 안 해도 우승?

보기 퍼트를 하고 경기를 끝낸 김지영이 홀 앞에 있는 박성현의 볼 마커를 들어올렸다. 기권을 표시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박성현은 당황했다. 어쩔 줄 몰라 하다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하고 그린을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경기위원이 황급하게 달려와 박성현의 발길을 되돌렸다. 그러고는 퍼트를 마저 끝내라고 권유했다. 박성현은 다시 홀 앞으로 돌아가 파 퍼트를 하고 그제야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이후 논란이 일었다. “박성현의 홀아웃 여부에 상관없이 우승은 확정이다”라는 주장과 “홀아웃을 하지 않았더라면 실격 돼 우승자는 김지영이 됐다”는 상반된 주장이 나왔다.

KLPGA는 “홀아웃에 상관없이 우승자는 박성현이다”라고 못 박은 뒤 “박성현의 파 퍼트가 짧은 거리였고 김지영이 패배를 인정했기에 굳이 홀아웃을 하지 않아도 우승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챔피언 퍼트를 남겨두고 있었기에 돌아가서 마지막 퍼트를 마무리 하도록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KLPGA는 그 근거로 골프규칙재정33-6/3을 들었다.

· 골프규칙재정 33-6/3 : 경기자 두 사람 사이에서 스트로크 플레이 플레이오프(연장전)에서 한 경기자가 실격 되거나 패배를 인정한 경우 다른 한 경기자는 승자로 인정받기 위해 플레이오프 홀 혹은 홀들을 플레이하여 끝마칠 필요가 없다.

● 기권은 홀아웃 이전에만 가능


경기는 끝났지만, 홀아웃 여부에 따라 큰 논란이 일 뻔했다. 국내외 6명의 경기위원들 역시 의견이 상반된다.

대한골프협회 전 경기위원 A와 KLPGA 전 경기위원 B, C는 골프규칙 33-6/3에 따라 “홀아웃을 할 필요가 없이 박성현의 우승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출신인 D와 E 그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F경기위원은 “박성현이 홀아웃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승자가 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골프규칙 3-2다. ‘경기자가 어느 홀에서든지 홀아웃하지 않고 다음 티잉 그라운드에서 스트로크하기 전에 또는 라운드의 마지막 홀에서는 퍼팅 그린을 떠나기 전에 그 잘못을 시정하지 않은 경우 그 경기자는 실격이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두 번째는 패배의 인정이다. 김지영의 행동이 기권처럼 보였지만, 이미 홀아웃을 끝냈기에 기권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D경기위원은 “홀아웃을 하지 않고 기권 의사를 표현했더라면 33-6/3 규정에 따라 박성현의 우승이 확정된다. 그러나 2명이 치르는 스트로크 플레이의 연장전에서 기권은 홀아웃을 하기 전에해야 한다. 한명이 홀아웃을 했다면 상대도 홀아웃을 해야 경기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김지영이 보기가 아닌 파 또는 버디로 경기를 끝내고 지금처럼 파 또는 버디를 남겨 둔 박성현에게 패배를 인정한다고 해서 이를 기권으로 볼 수 없다. 골프규칙 3-2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만약 박성현이 홀아웃을 하지 않았더라면 김지영은 보기, 박성현은 성적이 없어 실격되고 만다.

결과적으로 경기는 깨끗하게 끝이 났다. 박성현이 늦게나마 파 퍼트를 하고 홀아웃해 논란거리도 없어졌다. 그러나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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