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프로 10년… 돌아가는 지혜 이제 터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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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시즌초 부진 털고 日골프 첫승

김경태가 홈메이트컵 대회 도중 퍼팅라이를 살피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김경태가 홈메이트컵 대회 도중 퍼팅라이를 살피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올해 30세가 된 김경태(신한금융그룹)는 스무 살이던 연세대 2학년 때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필드의 괴물’이라는 별명이 생긴 것도 그때였다.

그로부터 강산이 한 번 변할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경태는 17일 끝난 일본프로골프(JGTO) 도켄 홈메이트컵에서 3차 연장전 끝에 승리해 시즌 첫 승을 거두며 상금 랭킹 선두에 나섰다.

지난해 JGTO 5승을 올리며 상금왕에 올랐던 김경태는 18일 “시즌 초반 성적이 별로여서 걱정이 많았다.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며 기뻐했다.

지난달까지 김경태는 싱가포르, 미얀마, 말레이시아, 미국에서 열린 4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예선 탈락 한 번에 최고 성적은 24위로 신통치 않았다. “연말에 스케줄이 많아 충분히 훈련을 못했다. 왼쪽으로 당겨지는 샷이 많이 나왔다.” 예전에 김경태는 슬럼프 기미가 있으면 대회에 자주 나가 경기력을 끌어올리려고 자신을 더 몰아세우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유럽투어 대회에 나갈 수 있었지만 한 달 동안 한국에서 쉬면서 컨디션 회복에 주력했다. 조급한 마음보다는 멀리 내다볼 줄 알게 됐다.”

돌아가는 지혜를 터득한 김경태는 이번 대회 기간 강한 바람이 부는 악조건에서 드라이버를 거의 잡지 않고 3번 우드로 티샷을 했던 게 주효했다고 털어놓았다. 정교한 쇼트게임과 퍼팅을 앞세워 평소 자신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여겼던 크고 굴곡이 심한 그린을 공략할 수 있었다.

김경태는 시즌 첫 승과 함께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60명이 출전하는 올림픽에는 국가별로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지난주까지 김경태의 올림픽 랭킹은 31위로 안병훈(15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김경태가 주춤거리는 사이 최경주 송영한 이수민 등이 추격에 나섰다. 이번 우승으로 태극마크의 가능성을 높인 김경태는 “올림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쫓기는 상황이 불안했는데 마음이 좀 편해졌다. 올림픽은 국가별 출전 선수 제한도 있어 메이저 대회보다 우승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4월 아들을 얻은 김경태는 지난주 일본으로 떠나기에 앞서 아기 돌잔치를 했다. 가장의 책임감이 커졌다는 그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좋은 일도 많았지만 아픈 기억도 많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성장할 수 있었다. 올해는 앞으로 10년을 준비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늘 뭔가 새로운 걸 좇다 보니 계속 노력하게 됐다. 이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이 당면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경태는 다음 달 일시 귀국해 매경오픈과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의 10%를 구마모토 지진 피해 의연금으로 전달한 얘기를 꺼내자 김경태는 “다른 선수들도 다 같이 한 것이다. 이번 주 파나소닉오픈 프로암대회와 전야제도 긴급 취소될 만큼 분위기가 안 좋다. 장익제 허석호 등 한국 선배들과 뭔가 도울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경태#필드의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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