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도 생생한 VR화면… 야구경기 속으로 ‘풍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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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파크’ kt 위즈파크의 진화

“아, 치어리더가 바로 뒤에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프로야구 kt의 안방 개막전이 열린 5일. 수원구장을 찾은 야구 팬 김누리 씨(28)는 계속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기 바빴다. 그때마다 수원구장 풍경이 360도로 그의 눈을 스쳐 지나갔다. 김 씨는 이날 kt에서 선물로 마련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득템’하는 데 성공한 2000명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장난감처럼 보여서 같이 온 조카(5)에게 먼저 보여줬다. 그런데 조카가 자꾸만 앞에 뭐가 있는지 손을 내밀어 잡으려고 했다. 그래서 한번 써봤는데 정말 생생해 놀랐다”고 전했다.

이날 kt에서 나눠준 HMD는 종이(마분지)로 만든 제품이다. 얼핏 보면 예전에 유원지 같은 곳에서 팔던 장난감 카메라처럼 생겼다. 그러나 셔터를 누르는 대신 휴대전화(스마트폰)와 연결한 채 고개만 돌리면 풍경이 바뀐다. kt에서 세계 최초로 마련한 가상현실(VR) 모바일 중계 시스템이다.

kt 관계자는 “구단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위즈앱’이나 ‘올레 tv 모바일’ 앱을 설치하면 휴대전화에서도 곧바로 360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VR의 참맛을 느껴보시라는 취지에서 선물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kt는 안방 kt위즈파크 1, 3루 쪽과 포수 뒤에 VR 전용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조합해 VR 영상을 만들면 팬들이 곧바로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카메라가 경기장 전체를 비추기 때문에 경기 장면은 물론이고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선수나 응원단석까지 VR로 확인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앞으로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도 VR로 제작하는 등 다양한 VR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달 26, 27일 시범경기 때 VR 중계를 시험했고,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같은 기술로 중계할 계획이다. kt는 평창 올림픽 공식 후원사다. kt는 또 수원구장 외야 스크린 뒤에 자리 잡은 ‘하이트 펍’ 2층에 VR 관람석 20석을 마련해 올 시즌 안방경기 내내 팬들이 VR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kt는 1군 경기에 첫선을 보인 지난 시즌 이미 수원구장에 와이파이는 물론이고 비컨 서비스 시설까지 구축했다. 영어로 ‘등대’라는 뜻인 비컨은 저전력 블루투스(BLE)로 30∼70m 거리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비컨을 활용하면 관중은 자기 좌석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고, 구단에서 관중에게 공지사항이 있을 때도 손쉽게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정보통신기술(ICT)은 야구장 관중석 깊숙이 찾아왔지만 아직 더그아웃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은 더그아웃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걸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올해 태블릿PC 아이패드 프로를 더그아웃과 불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태블릿PC에는 메이저리그와 애플이 손잡고 만든 전력 분석 프로그램이 깔려 있다. 이를 활용하면 투구 회전수, 타구 속도, 수비 움직임을 포함한 선수들의 상세 데이터는 물론이고 동영상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수원=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kt위즈파크#ict파크#vr모바일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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