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이동국 “신욱아, ACL 너만 믿어!” 김신욱 “형, 나랑 10년더 뛸거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5일 05시 45분


K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이동국(뒤)과 김신욱이 올 시즌부터 전북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둘은 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완주|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K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이동국(뒤)과 김신욱이 올 시즌부터 전북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둘은 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완주|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전북 이동국-김신욱…“우리는 영혼의 단짝”

이=헤딩볼 경합 ‘키 큰 동생’ 있어 든든
넌 이미 전북맨, 서두르지 말고 가자
너의 ACL우승, 형은 그것만 믿을게

김=킬러동료 많아 부담이 확 줄었어요
벌써 날 사랑해주는 팬들, 행복해요
이제 형 만났는데 ACL 무조건 우승


‘영혼의 단짝’이 뭉쳤다. 적어도 국내에선 이만한 콤비가 없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디펜딩 챔피언 전북현대 이동국(37)과 김신욱(28)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원투펀치다. 골을 넣는 자와 골을 넣을 수 있는 자가 함께하니 적수가 없다. 한 명을 막아내도 또 다른 한 명이 버티고 있으니 수비 입장에선 속수무책이다.

정규리그 3연패와 아시아 정상을 향한 전북의 발걸음. 창간 8주년을 맞은 스포츠동아가 둘을 모처럼 한 자리로 초대했다. 최근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 전북 구단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이동국, 김신욱과 나눈 대화는 내내 유쾌했다. “많은 시간을 함께 못했지만 느낌이 아주 좋다. 잘하고 있다”는 형님의 격려에 아우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진짜 강한 팀이라는 생각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화답했다. 킬러가 킬러를 만났을 때…. 당당한 발걸음을 옮기는 두 사나이들과의 인터뷰를 대화체로 꾸며봤다.

스포츠동아 창간 8주년을 축하하는 이동국(위)과 김신욱의 친필 사인.
스포츠동아 창간 8주년을 축하하는 이동국(위)과 김신욱의 친필 사인.

우리는 공격수!

이동국(이하 이)=
항상 함께 뛰면 어떨까 생각은 해봤는데, 정말 현실이 될 줄이야. 이제 갓 시즌이 시작됐으니 우린 좋아질 일만 남았어. 시즌은 길고, 갈 길이 많이 남았으니 서두를 필요 없이 천천히 한 걸음씩 옮기자고.

김신욱(이하 김)=
형님 말이 맞아요. 저와 형도 그렇고, 이제 처음 손발을 맞추는 동료들이 대부분이니까 약간의 시행착오는 당연하잖아요. 역시 팀이 완성되지 않은 건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생각보다는 나름 잘해나가고 있다고 봐요.

이=너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건 전혀 문제되지 않아. 어떻게 움직여야 서로가 편하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으니. 더욱이 내 입장과 생각을 솔직히 전달했을 때 신욱이 네가 다 받아들이고, 또 행동에 옮겨주잖아.

김=확실히 손발이 잘 맞아요. 제가 선수단에 합류를 좀 늦게 했는데, 아무래도 형보다는 주변 동료들과의 연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고)무열이나, (이)종호, 로페즈 등등 2선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원해줘야 할 주변과 사전 약속된 플레이를 어떻게 할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하고 있죠.

이=문득 그런 생각을 해볼 때가 있어. 내가 수비수라면 우리가 함께 뛸 때 압박감을 얼마나 크게 받을지. 발이 됐든, 높이가 됐든 우리가 갖는 부담보다 상대 수비진의 부담이 굉장할 수밖에 없지. 우리에게 공간을 주지 않으려다가 자연스레 우리 후배들에게 더 많은 찬스가 나올 수도 있으니 긍정적이야.

김=확실히 견제가 나뉘다보니 우리한테도 찬스가 많아지잖아요.

이=그렇지. 집중견제가 분산되다보니까 아무래도 슛도 편안히 할 수 있고, 볼 키핑을 더 여유롭게 할 수 있고. 확실히 시너지가 있어. (최강희) 감독님이 우릴 동시에 투입할 때가 그걸 노리시는 걸 거야.

김=울산현대에서 뛸 때는 제가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었거든요. 저 때문에 (이)근호 형이나 하피냐 등이 희생을 했고. 그런데 이제는 저 말고도 득점해줄 수 있는 선배나 동료들이 많다보니 마음의 부담도 줄었어요.

이=이곳에서 정성훈, 케빈, 에두 등 여러 명의 파트너와 함께했는데 후반 승부수를 띄우고 ‘닥공(닥치고 공격)’을 할 때 경기를 뒤집고 역전승을 일궈낸 기억이 참 많아. 나 혼자 헤딩 경합을 하다가 장신 동료가 함께 볼 다툼을 해줄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유리하지. 특히 네가 제공권이나 볼 컨트롤이 좋아서 내가 확신을 갖고 예측하고 움직일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득점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전북 이동국(왼쪽)이 인터뷰하고 있는 후배 김신욱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다. 완주|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전북 이동국(왼쪽)이 인터뷰하고 있는 후배 김신욱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다. 완주|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우리는 전북 맨!

이=이제 전북의 일원이 됐으니 우리 문화에 빨리 익숙해져야겠지. 울산에 대한 네 애정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사실 한 팀에서 오래 뛰는 건 요즘 시대에 쉬운 일은 아냐.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있을 때 내가 간혹 했던 말 기억해? ‘넌 전북에 오기만 하면 된다’고. 우리에게 천군만마와 다름없지. 전방에서도 부족해 중앙수비로도 뛸 수 있으니.

김=결국 올 팀에 왔다고 봐요. 울산을 결국 떠나야 한다면 내가 갈 곳은 전북이 유일하다는 생각을 했으니. 서로 인연이 닿은 거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전북 원정에서 제가 한 골도 넣지 못했다는 걸. 이겨본 기억도 거의 없어요. 딱 한 번 2010년 승점 3을 땄네요.

이=넌 이미 전북 식구야. 다른 팀들과는 달리 홈 서포터스뿐 아니라 일반 관중의 호응부터 엄청나잖아. ‘내가 아무리 실수를 해도 이 분들은 날 계속 보듬어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져. 홈에서만 하면 기운이 펄펄 솟아나.

김=홈에서 무조건 이길 거라는 생각이 든 건 실로 오랜만이에요. 진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신인들도, 중견들도, 고참들도, 이적생들까지 다 똑같은 감정이죠. 이곳에선 저도 철저히 신인인데, 날 이토록 벌써 사랑해줄 수 있을까란 의문도 들었으니까요.

이=계속 기다려줄 분들이야. 좀 부진하다고, 좀 기대만큼 플레이를 못한다고 급할 건 없어. 끝까지 응원하고 성원하고 격려해주니까. 가족을 누구도 버리지 않아.

김=참 행복해요. 저도 전북의 전통과 영예를 이어가는 데 일조해야 할 텐데. 강한 팀으로 인정받다보니 견제도 심해요. 솔직히 그게 더 즐겁고 투지를 불타게 하는 부분이죠.

이=축구문화와 역사를 억지로 만들 순 없지. 단순히 같은 권역, 지역 팀들을 묶는다고 해서 더비가 탄생하는 건 아니잖아. 오히려 요즘은 FC서울이 진짜 라이벌이 된 것 같아. 양 팀 팬들부터 서로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 절대로 져선 안 된다는 감정이니. 결국 서울이나 몇몇 강팀들을 꺾어야 클래식 정상에 오를 수 있으니.

● 아시아 정상으로!

김=울산에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더 편안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강팀과 약팀의 기량 차이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이=넌 2012시즌에 우승을 경험했잖아. 난 아직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적이 없네. 네 우승 경험을 믿고 따라다니면 우승할 수 있겠지?

김=(웃음) 쉽진 않겠지만 무조건 해야죠. K리그처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견제가 많죠. 우릴 확실히 강팀으로 보는 인상이에요.

이=동남아시아도, 중국도, 중동도 열심히 성장하고 있으니까. 빈즈엉(베트남)만 봐도 알잖아. 확실히 만만치 않지. 결국 동아시아권에선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싸움이 되겠지. 같은 조의 장쑤 쑤닝처럼 용병만 좋은 게 아니라 중국국가대표들이 대거 포진했으니. 너도 알다시피 전북에도 우리 둘만 있는 게 아니잖아.

김=장쑤 원정에선 약간 들뜬 감도 있었죠. FC도쿄(일본)를 꺾고 만났으니. 그런데 홈에선 다를 것 같아요. 확실히.

이=장쑤전은 우리가 말렸지. 평범한 볼이 상대에 흐르고. 실력차는 거의 없어. 너무 아쉬운 나머지 경기가 끝나자마자 장쑤와 홈경기 일정부터 찾았다니까.

김=절대 그 때처럼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형, 저와 오래 뛰셔야 해요. 어렵게 만났는데 많이 도와드릴게요. 한 번 더 재계약하고 전북에서 10년, 프로 20년 채우셔야죠. 10주년 기념행사 제가 준비할게요.

이=그래, 고마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박수 받으며 인정받는데 정말 행복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걸 쏟아야지. 잘해보자!

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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