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김국영 “극기가 곧 승리의 길…‘마의 9초 벽’ 깨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5일 05시 45분


한국육상 단거리의 간판스타 김국영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남자 100m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그는 ‘한국인은 육상 단거리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편견을 깬 주인공이다. 사진제공|김국영
한국육상 단거리의 간판스타 김국영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남자 100m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그는 ‘한국인은 육상 단거리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편견을 깬 주인공이다. 사진제공|김국영
■ 육상스타 김국영 ‘나의 도전, 나의 올림픽’

한국선수 최초 올림픽 육상 100m 출전권 획득
겨우내 체력훈련…미국에서 ‘원 포인트 레슨’도

“내 노하우 안에서 스타트 변화 등 리듬 만드는중
팔치기 가동 범위 늘려 60m 이후에도 안 처지게
항상 불가능에 도전…우물안 개구리 되지 않겠다”


달리고 또 달린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라는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도 오직 달리기를 위함이다. 좀더 잘 달리고 싶어서….

한국육상의 ‘간판 스프린터’ 김국영(25·광주광역시청)은 성큼 다가온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향해 부지런히 트랙을 달구고 있다. 육상이 0.01초를 다투는 상대와의 싸움이라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극기(克己)가 곧 승리의 길이라는 것이 수년간의 뜀박질을 통해 얻은 단 하나의 교훈이다.

2008년 태극마크를 단 김국영은 지난해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육상 남자 100m에서 한국기록(10초16)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단거리 종목에선 한국 최초다. 비록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라운드 탈락(10초48)의 고배를 들었지만 10월 벌어진 전국체육대회에서 4관왕에 올랐다.

새로운 출발, 진짜 도전을 앞둔 김국영은 안주할 틈이 없다. 곧바로 해외전지훈련을 떠나 기술개발에 여념이 없다. 여러 명의 스프린터를 배출한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대학으로 이동해 긴 동계훈련을 시작했다. 말이 좋아 동계훈련이지 4월까지는 귀국 계획이 없어 ‘동계’라는 표현이 어울리진 않는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체력과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의 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2월까지 2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환경에 변화를 주기 위해 2월 2주 동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원 포인트 레슨까지 받았다. 이어 이달부터 스피드와 스타트 기술과 막판 스퍼트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행군의 연속. ‘올림픽의 해’를 맞아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한 그는 “‘마의 9초대’ 벽을 깨기 위해, 우리 육상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리우에서 더 멋지게 달려야 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기나긴 싸움을 하고 있다. 전지훈련에서 가장 초점을 맞춘 부분이 있다면.


“일단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무작정 육상 선진국 선수들을 따르는 것도 무리가 있다. 변화를 크게 가져가기보다 스타트 때의 느낌에 변화를 주는 정도로 리듬을 맞춰가고 있다. 훈련스케줄도 많이 바뀌지 않았다. 일단 동양선수, 한국선수가 상대적으로 선천적인 신체조건에서 불리한 면이 많아 기술 향상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저 앞만 보고 반복적으로, 또 습관적으로 뛰는 게 아니라 트랙을 한 번 뛰더라도 편안한 자세로 최고 스피드를 낼 수 있도록 반복하고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아시아 육상강국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데.


“이곳 일본 코치님이 올림픽에 나갈 정도라면 이미 높은 수준에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다. 곁에서 지켜보니 일본선수들은 자기 자신의 신체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어떻게 해야 내가 타고난 신체를 더욱 기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도 끊임없이 연구한다.”

-60m 주파 이후 페이스 저하에 대한 지적을 자주 받아왔다.

“팔치기 가동범위가 작았다. 그만큼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든다는 의미다. 팔치기 가동범위를 늘리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 무작정 팔을 크게 치는 동작을 하는 대신, 웨이트 스트레칭으로 자연스레 가동범위를 늘리려 하고 있다. 그렇다고 조급해하진 않는다. 단계별로 잘 진행하고 있다.”

-9초대의 벽에 진입하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100m 본선에 올랐는데, 이제 갓 초짜를 벗어난 내게는 정말 큰 경험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진짜 세상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 소중한 기억이었다. 잘 뛰는 세계적인 스타 스프린터들 앞이라고 크게 기가 죽거나 그러진 않았다. 오히려 관중 함성 등 주변 환경과 분위기에 제대로 적응을 못했던 것 같다. 어떤 순간에도 유지해야 하는 집중이 승부를 갈랐다. 그 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시합 하나하나에 임할 때마다 미리 올림픽을 뛴다는 생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이어가고 있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준비 중인 김국영은 단순한 출전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김국영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준비 중인 김국영은 단순한 출전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김국영

-생애 첫 올림픽이 다가왔다. 올림픽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처음이지만 또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올해는 오직 올림픽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올림픽 이전에 출전할 일련의 시합들도 오직 올림픽에서 더 잘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자 계단이다. 최종 목적지는 올림픽이다. 대한민국국가대표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주경기장을 질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자랑스럽고 가슴이 뛴다.”

-수만 관중의 함성, 사상 첫 남미 올림픽, 환경 등 극복해야 할 관문들도 적지 않다.


“다행히 수만 관중의 함성은 지난해 베이징에서 겪었다. 피닉스 전지훈련에서 16시간 시차 역시 경험했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다. 날씨도 한국보다 훨씬 습하고 더울 것이다. 대비를 잘하고 있다. 그래도 환경을 핑계로 대충 할 수 없다. 오직 내 경기, 내 레이스에 전념할 생각이다. 스타트 총성이 울리면 모든 것은 하늘에 맡길 뿐이다.”

-아직 200m 종목은 올림픽 출전권(기준 20초50)을 확보하지 못했다.


“충분히 욕심을 낼 수 있다. 내가 원한다고, 바란다고 해서 기록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못할 것은 없다. 준비도 잘 이뤄지고 있다. 향후 3차례 200m 레이스에 나가 도전하겠다.”

-자신을 뛰게 하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불가능에 대한 도전? 9초의 벽. 지구상 모두가 한국인은 어렵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이를 꼭 깨주고 싶다. 계속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자꾸 부딪히다보면, 언젠가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초종목이 부실한 한국에서 육상선수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왜 외롭지 않겠나. 그래도 달리는 맛에 오늘도 뛴다. 여전히 국내대회에서 1등을 하면 기분도 짜릿하고 그렇다. 하지만 내 자신에 채찍질할 필요도 있다. 1등을 많이 하려면 국내에 안주하면 된다. 그런데 내 목표가 그게 아니다.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여기서 도전을 마치면 결국 우물 안 개구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가슴에 외친다. 더 넓게 바라보고 높이 올라가야 한다. 그 스타트라인이 다가올 올림픽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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