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헌 “모내기 배구로 과거 영광 되찾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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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초보 감독 임도헌이 말하는 패배 그리고 배구

▶ ‘임꺽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199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 출신이다. 과묵하면서도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그의 성격은 지도자가 된 뒤에도 그대로였다. 임 감독은 “화려함만 추구해서는 좋은 배구를 할 수 없다. 다음 시즌에는 ‘모심기(모내기) 배구’로 영광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임꺽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199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 출신이다. 과묵하면서도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그의 성격은 지도자가 된 뒤에도 그대로였다. 임 감독은 “화려함만 추구해서는 좋은 배구를 할 수 없다. 다음 시즌에는 ‘모심기(모내기) 배구’로 영광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삼성화재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패배를 안겨 준 OK저축은행을 올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17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임도헌(44) 삼성화재 감독은 남색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후반기 한때 11승 1패의 높은 승률을 자랑할 때 임 감독의 넥타이는 빨간색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임 감독은 빨간색 넥타이를 했지만 봄 배구에서는 효험이 이어지지 않았다.

○ 패배에서 배운다

올 시즌 처음 사령탑을 맡은 임 감독은 “처음이라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했다. 수석코치로 만 9년 동안 팀에 몸담았던 그였지만 코치와 감독 자리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더구나 그의 전임자는 프로배구 8회 우승(7연패 포함) 신화를 일군 명장(名將)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이었다. 삼성화재와 신치용이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에 대해 그는 “없었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는 “감독 첫 시즌인데 섣불리 바꾸기보다는 될 수 있으면 가던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라는 주변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그는 “솔직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삼성화재의 팀 운영 방식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에 크게 의존하는 ‘몰방(沒放)’식 배구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세터와 리베로를 뺀 공격수 다섯 명에게 공격 기회를 20%씩 나눠주면 비판을 안 들을지 몰라도 이기는 배구는 할 수 없다”며 “드래프트에서 후순위 선수를 계속 받는 상황에선 (몰방 배구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드래프트는 전년도 순위의 역순으로 선수 선발 순위를 갖기 때문에 삼성화재가 8회 우승 하는 동안 기량이 좋은 선수를 선발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쿠바 특급’ 레오가 갑자기 팀을 떠나면서 외국인 선수 운용에 애를 먹었던 것도 임 감독에게는 악재였다. 임 감독은 “김명진이 오른쪽 공격수로 준비를 잘했는데 레오가 떠나면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데려온 그로저가 오른쪽 공격수로 김명진과 겹치게 돼 팀 운영도 어려워졌다”며 “그래도 왼쪽 공격수 류윤식과 최귀엽이 한 시즌 동안 팀의 주축 역할을 맡은 점은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소 삼국지, 수호지를 즐겨 읽는다는 임 감독은 “사람은 패배에서 배운다”며 “최하위까지 떨어졌다가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우승을 차지한 2010∼2011시즌에 가장 많은 것을 배웠는데 올해도 그런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모내기 배구

임 감독은 “올해는 어느 때보다 선수 수급이 급하다”며 “사실상 지금까지 팀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데려온 주전급은 (공익근무 중인) 박철우밖에 없는 만큼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부터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으로 바뀌는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라이아웃으로 고액 연봉을 줄 수 없게 되면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았던 삼성화재가 가장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임 감독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가 좋기도 했지만 사실 이를 극대화시킨 건 삼성화재의 시스템”이라고 일축했다.

어떤 배구를 꿈꾸느냐는 질문에 임 감독은 “모심기(모내기) 배구”라고 답했다. 여러 사람이 모를 심을 때 혼자만 잘해서는 다음 줄로 넘어갈 수 없듯 팀원 모두가 손발을 맞춰 유기적인 배구를 해야 더 좋은 배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임 감독은 “화려한 공격도 좋지만 화려한 색만으로 좋은 그림이 나오진 않는다”며 “다음 사람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팀원 모두가 하나처럼 매끈하게 움직이는 배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더욱 기본기를 강조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레프트 고준용과 마주쳤다. 구단 관계자는 “다음 시즌을 위해 감독님이 선수 한 명씩 불러 면담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2년 차 임 감독의 새 시즌은 이미 시작돼 있었다.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삼성화재#임도헌 감독#모내기 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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