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4연패 뒤엔 ‘미친’ 사무국장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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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훈씨 “4년 연속 꼴찌 팀 바꾸자”
사표 품고 위성우 감독 끈질긴 설득… 요지부동이던 위 감독 영입에 성공

우리은행의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주역들. 왼쪽부터 박성배 코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 양지희,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 오른쪽이 정장훈 사무국장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우리은행의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주역들. 왼쪽부터 박성배 코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 양지희,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 오른쪽이 정장훈 사무국장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4년 전 사표를 품고 다니며 저를 설득했던 사무국장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45)이 정규리그 감독상을 받고 난 뒤 한 말이다.

4년 전 우리은행은 4년 연속 꼴찌를 하며 2011∼2012시즌을 마쳤다. 2011년 8월 농구단에 부임한 정장훈 사무국장(43)은 당시 신한은행의 위성우 코치만이 패배의식에 젖은 팀을 살려놓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영입에 실패하면 은행을 그만두겠다”며 구단을 설득했고 전권을 위임받았다.

문제는 위 코치가 신한은행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는 것. 정 국장은 2주 가까이 위 코치를 설득한 끝에 승낙을 받아냈다. 위 감독은 “안 만나주면 체육관에 드러눕겠다는 등 처음에는 미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필요한 존재였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 국장의 진심이 나의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엘리트 야구선수 출신이다. 야구 명문 대구 경상중, 경북고와 영남대를 졸업했다. ‘국민 타자’ 이승엽(40)은 그의 중고교 후배이고, 국가대표 출신의 전병호 kt 코치는 대학 동기다. 경북고 3학년이던 1991년 대붕기 대회에서 미기상을 받는 등 촉망받는 선수였던 정 국장은 대학 시절 어깨를 다치면서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간신히 재활에 성공한 그가 프로 대신 선택한 곳은 실업팀 한일은행. 하지만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쳤을 때 야구단은 이미 외환위기 여파로 해체됐다. 한일은행도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00년부터 그는 배트와 글러브 대신 계산기와 돈다발을 잡았다. 정 국장은 “정말로 맨땅에 헤딩을 하는 느낌이었다. 무조건 배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다 보니 ‘운동선수 물’이 빠지고 ‘은행원 물’이 들더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에 있던 위 감독과 전주원 코치를 함께 영입한 뒤 우리은행은 180도 달라졌다. 올 시즌 통합 4연패를 달성하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정 국장은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때는 절박했다. 운동을 하면서 생긴 승부근성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위 감독, 전 코치와 함께 우리은행 농구단 역사를 함께 쓰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여자프로농구#우리은행#위성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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