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썰매, 변방에서 세계 중심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9일 03시 00분


시즌 마지막 월드컵서 봅슬레이 2인승 금 - 스켈리턴 은메달

원윤종(31·강원도청), 서영우(26·경기도BS경기연맹)가 세계랭킹 1위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봅슬레이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가 세계랭킹 1위로 한 시즌을 마친 건 두 사람이 처음이다.

원윤종-서영우는 27일 독일 쾨니히세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리턴연맹(IBSF) 올 시즌 마지막 월드컵(8차)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남자 봅슬레이 2인승 1, 2차 레이스 합계 1분 39초 50을 기록한 원윤종-서영우는 2위 헤프티-바우만(스위스)을 0.05초 차로 따돌리고 1위를 기록했다.

쾨니히세 트랙은 원윤종-서영우가 지난 3차 월드컵에서 6위를 기록했던 곳. 원윤종은 3차 대회를 마친 뒤 “트랙 공략법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 이번에는 6위를 했지만 8차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한 말을 지켰다. 랭킹 35위로 2012∼2013 시즌을 시작한 원윤종-서영우 조는 2013∼2014 시즌 19위, 2014∼2015 시즌 10위로 랭킹을 끌어올렸고, 이번 시즌에서는 마침내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올려놓았다. 이전까지 IBSF 세계랭킹 1∼5위는 모두 독일, 라트비아, 스위스 등 유럽 선수들의 차지였다.

한편 스켈리턴 윤성빈(22·한체대)도 이날 같은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며 올 시즌을 세계랭킹 2위로 마쳤다. 윤성빈은 1차 시기에서 50초94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마르틴스 두쿠르스(50초49)와 그의 형 토마스 두쿠르스(50초84)에 이어 3위에 올랐지만 2차 시기에서 기록 단축에 성공했다.

고무적인 점은 윤성빈이 스타트 기록에서 세계랭킹 1위 마르틴스 두쿠르스(1차 4초68, 2차 4초65)를 제쳤다는 점. 윤성빈의 1, 2차 스타트 기록은 각각 4초63, 4초59였는데 이날 참가 선수 28명 중 스타트 기록이 4초60을 넘지 않은 선수는 윤성빈뿐이었다.

2012년 처음 스켈리턴을 시작한 윤성빈은 2012∼2013 시즌 세계랭킹이 70위에 불과한 무명 선수였지만 2013∼2014 시즌 랭킹을 22위로 올렸고 2014∼2015 시즌은 5위까지 올라와 일약 스켈리턴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1년 만에 또다시 2위로 시즌을 마쳤으니 윤성빈은 3년 만에 68명을 앞지른 것이다. 하지만 윤성빈은 여전히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평창 트랙에서 연습을 할 텐데 많이 부족한 드라이빙 능력을 채워서 다음 시즌에는 좀 더 분발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평창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변방에 머물던 한국 봅슬레이·스켈리턴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이용 대표팀 감독의 공이 크다. 루지 1세대로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까지 선수로 나섰던 그는 선수들에게 본인이 직접 익힌 트랙 정보와 활용법을 전수하며 단기간에 한국 썰매를 세계 최정상 자리에 올렸다. 이 감독은 지난달 세상을 떠난 맬컴 로이드 주행 코치를 직접 영입하는 등 대표팀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애써 왔다.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서 12개의 메달을 따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봅슬레이, 스켈리턴 대표팀은 3월 1일 귀국해 평창 트랙에서 다음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나선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봅슬레이#스켈리턴#원윤종#서영우#윤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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