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느냐 찌우느냐…프로야구 선수들은 지금 ‘살과의 전쟁 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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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정반대의 걱정을 하고 있지만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즌이 개막하기 전 프로야구 선수들은 자신과의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른다. ‘빼느냐, 찌우느냐.’ 저마다 속사정은 다르지만 땀을 쏟는 이유는 같다. 더 나은 변화를 위해서다.

● 명예회복 위한 절치부심

지난해 100kg이 넘던 LG 봉중근(36)의 현재 체중은 90kg 안팎이다. 그는 “좋았을 때의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3년 연속 선발 10승을 거뒀던 2008~2011년의 생활습관으로 돌아가 다시 선발 10승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탄산음료와 튀김음식은 아예 끊었다.

KIA 나지완(31)도 지난 시즌을 마치자마자 113kg에 육박하던 체중을 9kg이나 뺐다. 허리는 4인치나 줄었다. 지난 시즌 그는 타율 0.253, 7홈런에 그쳤다. 중심타자로는 민망한 기록이다. 얼굴이 홀쭉해진 나지완은 “지난해 내가 20홈런만 쳤어도 팀이 5강 싸움을 했을 것 같다.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서 정말 안 먹고 안 자고 독하게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3할 30홈런 100타점’을 올 시즌 공약으로 내건 그는 “솔직히 술과 탄산음료를 좋아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는 단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다”며 “돼지라는 소리는 정말 그만 듣고 싶다. 야구장에서 기량으로 보여줘야 팬들의 질타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변해야만 하는 절박함

젊은 신인급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웨이트’ 훈련을 통한 몸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아직까지 ‘삼적화(삼성에서 활약하다 보면 외모가 산적처럼 변한다는 농담)’가 진행되지 않은 삼성 투수 정인욱(26)도 85kg이던 몸무게를 90kg까지 늘렸다. 그는 “공에 힘을 더 싣고 싶어 체중을 불렸다”며 “올 시즌 91~92kg의 체중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왕인 삼성의 구자욱(23)은 체중을 늘리기 위해 많이 먹고 있지만 살이 뜻대로 찌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는 “야구만 잘할 수 있다면 삼적화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구자욱처럼 신인급 타자들이 체중을 늘리려는 것은 장타를 터트리기 위해서는 힘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린 선수들만 살을 찌우는 건 아니다. 데뷔 9년차 LG 김용의(31)도 근육을 키워 8kg을 불렸다. 하지만 결과는 1차 스프링캠프 명단 제외. 좌절하지 않고 대만 2군 캠프에서 굵은 땀을 흘린 김용의는 결국 뒤늦게 1군 캠프 합류에 성공,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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