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최고령투수 최영필 “하루하루가 전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2월 22일 05시 45분


KIA 최영필은 KBO 등록선수 중 최고령이다. 2015시즌에는 59경기에 등판해 2008년(85.2이닝) 이후 최다인 63이닝을 던지며 건재를 과시했다. 최영필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최영필은 KBO 등록선수 중 최고령이다. 2015시즌에는 59경기에 등판해 2008년(85.2이닝) 이후 최다인 63이닝을 던지며 건재를 과시했다. 최영필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나와의 싸움…“누구도 날 기다려주지 않아”
마지막 93학번…“나이 들수록 한계는 높게”
日 카도쿠라 구속 역주행…“마음가짐의 차이”

“제게는 하루하루가 전쟁이죠.”

현역 최고령 선수 타이틀은 오랜 시간 꾸준히 프로생활을 한 데 대한 ‘훈장’과도 같다. 그러나 그 무게감은 본인 외에는 알 수 없다. 1974년생으로 올 시즌 최고령 선수가 된 KIA 우완투수 최영필(42)에게 베테랑으로 사는 법을 들었다. 그는 “누가 날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자신만의 싸움을 소개했다.

● 현역 최고령 투수 ‘회춘’의 비결, “한계를 올려야 산다”

최영필은 LG 이병규(42·배번 9)와 함께 KBO리그에 남은 마지막 93학번이다. 둘은 나란히 1997년 1차 지명돼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생일이 빠른 최영필이 현역 최고령 선수 타이틀을 챙겼다. 현대(1997∼2000년)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한화(2001∼2010년)를 거쳐 무적선수로 일본 독립리그까지 경험했다. SK(2012∼2013년)에서 보란 듯이 부활해 2014년부터 KIA 소속으로 뛰고 있다.

지난해에는 데뷔 이후 최다인 59경기에 등판해 2008년(85.2이닝) 이후 최다인 63이닝을 던졌다. 5승2패10홀드, 방어율 2.86. 시즌 막판이던 9월 타구에 맞아 손목이 골절돼 시즌을 조금 일찍 마감했지만, 오히려 ‘회춘’한 모습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베테랑으로 살아남는 법이 궁금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최영필은 “많은 선수들이 나이가 들면 유지만 하려고 한다. 그런데 유지하려고 하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나이를 먹어도 올려보려고 해야 유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베테랑으로 사는 법, “카도쿠라의 공을 보고 알았다”

명쾌한 답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나이가 들어도 ‘이 정도면 됐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선 한계를 끌어올려야만 한다.

그 역시 30대 중반이 넘어서 이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최영필은 과거 SK와 삼성에서 뛴 일본인투수 카도쿠라 겐(43)을 언급했다. 그는 “2009년 첫 해 카도쿠라의 직구 최고구속은 140km대 중반이었다. 그런데 이듬해 150km를 넘겼다. 그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나이가 먹어도 마음만 먹으면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카도쿠라는 최영필과 불과 한 살 차이다. 여느 고참선수들처럼 현실에 안주하던 최영필도 카도쿠라의 공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FA(프리에이전트) 계약 실패로 일본 독립리그까지 경험했지만,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에는 한창 좋았는데 불의의 부상으로 평소보다 조금 빨리 시즌을 접었다. 최영필은 “골절상으로 평소보다 2∼3주를 더 쉬었는데 몸을 만드는 시간은 한 달이 더 걸리더라.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서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일찍 몸을 만들었다”며 웃었다.

현역 최고령 투수의 고백, “하루하루가 전쟁”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언제까지 현역생활을 연장하고 싶나”라는 물음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질문에 답을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는 “올해가 있어야 내년이 있는 것 아닌가. 내 나이에는 중요한 게 지금 당장이다”고 털어놓았다.

시간은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이를 먹고 운동한다는 것은 슬럼프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상황”이라는 그의 말을 들으니 좀더 잘 이해가 됐다. 불과 3∼4경기만 안 좋아도 “다 된 것 아니냐”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최영필은 자신의 목표를 무엇이라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그 대신 “내게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는 한마디 말로 자신의 처지와 살아가는 방법을 설명했다. 현역 최고령 투수 최영필에게 그라운드는 전쟁터다.

오키나와(일본)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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