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의 게임’ ML…PS 진출 공은 감독-선수 아닌 단장에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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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포스트시즌 진출의 공은 모두 감독과 선수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원동력을 제너럴매니저로 부르는 단장에게 돌린다. 선수와 감독은 그 다음이다. 162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운영하는 것은 단장의 몫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모든 것을 주물럭거리는 국내야구와 다르다. 메이저리그는 단장의 게임이다.

미국 언론들은 2011년 이후 4년 만에 지구우승을 차지한 텍사스의 2015년 MVP로 존 대니엘스 단장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최하위의 아픔을 맛본 대니엘스 단장은 올 시즌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필라델피아의 에이스 콜 하멜스를 영입했다. 8월7일에는 보스턴에서 슬러거 마이크 나폴리를 트레이드해 왔다. 둘의 가세로 텍사스의 지구우승이 가능했다.

1993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22년 만에 지구우승을 차지한 토론토도 마찬가지다. 알렉스 앤소포울로우스 단장은 시즌 전에 3루수 조시 도널드슨을,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유격수 트로이 트로휼츠키와 에이스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영입해 팬들의 가을야구 갈증을 풀어줬다.

피츠버그와 시카고 컵스도 단장 닐 헌팅턴과 야구단 사장 테오 엡스타인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헌팅턴 단장은 시즌 전 강정호를 포스팅으로 영입했고,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는 좌완 J A 햅을 데려왔다.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를 영입해 천재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2004년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2011년 컵스에 영입된 엡스타인 사장은 4년 만에 구상했던 밑그림을 완성했다. 시카고는 젊은 야수들이 메이저리그 최고다.

2006년 이후 9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룬 뉴욕 메츠에는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샌디 앨더슨 단장이 있다. 그는 현역 최고의 단장으로 꼽히는 오클랜드의 머니 볼 주인공 빌리 빈의 멘토이기도 하다. 67세로 다른 단장들보다 고령인 앨더슨은 구단경영과 운영에 탁월하다. 지난해 29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올 시즌 30년 만에 지구우승을 이룬 캔자스시티의 테이튼 무어 단장은 2006년 6월에 부임해 최약체 팀을 강팀으로 일궈낸 주인공이다. 명석하고 판단력이 뛰어난 단장이 포스트시즌 진출의 해법이 된 올 시즌 메이저리그다.

한편 컵스는 14일 세인트루이스를 6-4로 꺾고 12년 만에 내셔널 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컵스는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 107년 동안 정상 탈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1945년 빌리 사이아니스라는 팬이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 때 염소를 끌고 컵스의 안방구장인 리글리필드에 들어가려다 제지를 당한 뒤 컵스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빌리 고트의 저주’를 올해는 풀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반면 통산 11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은 세인트루이스는 2011년 필라델피아 이후 처음으로 정규 시즌 100승 이상을 달성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 됐다. LA 다저스는 3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른 클레이튼 커쇼의 호투를 발판삼아 뉴욕 메츠를 3-1로 누르고 승부를 5차전으로 이어갔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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