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일본 틀’ 벗어난 공격야구…소프트뱅크가 이기는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1일 05시 45분


소프트뱅크 우승 엠블럼. 사진제공|소프트뱅크 호크스
소프트뱅크 우승 엠블럼. 사진제공|소프트뱅크 호크스
#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는 9월 17일 퍼시픽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1964년 난카이, 1995년 오릭스(이상 9월 19일)보다 빠른 신기록이었다. 우승 시점에서 소프트뱅크의 성적은 85승4무38패로 승률은 0.691에 달했다. 2위 니혼햄과 14.5경기, 3위 세이부와 24.5경기 차이의 압도적 우승이었다. 2010년 이후 최근 6시즌 동안 소프트뱅크는 무려 4차례나 퍼시픽리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014년 일본시리즈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다시 초스피드 우승을 일궈 센트럴리그의 요미우리를 제치고 일본 최강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 소프트뱅크는 우승도 많이 했지만 갈수록 진화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축소지향적인 세밀한 일본프로야구의 전통적 경향을 벗어난 강력한 공격야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승을 확정한 9월 17일 기준으로 소프트뱅크 타자 5명이 리그 타율 톱10에 포함됐다. 팀 홈런은 지난해 95개에 그쳤는데, 올 시즌에는 127경기 만에 130개를 터트렸다. 퍼시픽리그 다승, 승률, 방어율 1위인 지존투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를 공략한 거의 유일한 팀이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의 홈런 증가에는 홈구장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의 외야 펜스를 당긴 효과가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9월 17일 기준으로 이대호는 29홈런 중 20개, 마쓰다 노부히로는 34홈런 중 22개를 홈에서 쏘아 올렸다. 9월까지 소프트뱅크는 3명의 30홈런 타자(마쓰다, 야나기타 유키, 이대호)를 보유하고 있다.

# 전임 아키아먀 고지 감독이 이룩한 우승팀을 이어 받은 부담감 속에서 투수 출신 초보 사령탑 구도 기미야스 감독은 소위 ‘일본 틀’을 벗어난 야구로 더 강한 소프트뱅크를 만들었다. 번트를 지양하고, 다득점에 최적화된 변형타순을 짰다. 지난해 전 경기 4번을 맡았던 이대호의 5번 기용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실제 3∼5번 중심타선을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은 최소 3개 이상 다른 타순을 경험했다. 구도 감독은 현역 은퇴 후 대학원에서 스포츠의학을 공부한 사람답게 일본 특유의 혹독한 훈련을 배척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휴식을 줬고, 트레이닝 파트에는 “선수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정신력 야구’는 더 큰 부상을 몰고 올 수 있다는 반성이 깔려있다. 7월 이후 팀 승률이 수직상승한 이유이기도 하다. ‘소프트뱅크 전성시대’는 일본야구 새 시대의 예고탄이기도 하다. 어쩐지 우리에게도 먼 나라 얘기 같지 않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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