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타격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NC 에릭 테임즈와 나성범,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 롯데 짐 아두치까지 벌써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자가 4명이나 나왔다. 테임즈는 2000년 현대 박재홍(은퇴) 이후 15년 만에 30홈런-30도루 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넥센 박병호는 KBO리그 첫 2년 연속 50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반해 투수는 ‘기록 가뭄’이다. 두산 유희관, NC 에릭 해커가 20승에 도전하는 정도다. 비단 올 시즌만의 얘기가 아니다. 현장에선 “괜찮은 타자는 매년 나오는데 특급 투수는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왜일까?
● 타자에 비해 투수의 성장속도↓
올 시즌도 ‘타고투저’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10개 구단의 평균 방어율이 4점대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KIA와 kt는 5점대다. 선발은 유희관, 양현종(KIA), 윤성환(삼성), 장원준(두산), 김광현(SK) 등 토종투수들의 선전으로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구원으로 가면 처참할 정도다. 두산, 넥센, 롯데, kt의 구원 방어율은 5점대 초중반이나 된다. 세이브 숫자도 크게 줄었다. 지난 시즌 9개 구단이 기록한 세이브 수는 261개였다. 올 시즌은 제10구단 kt가 1군에 진입했음에도 230세이브(2일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경기수가 남아있지만, 최근 5년간 기록을 살펴봐도 2013년(302세이브)과 8개 구단으로 리그가 운영됐던 2012년(283세이브), 2011년(261세이브)에 비해 세이브 숫자가 떨어진다. 올 시즌 30세이브 달성이 유력한 투수는 KIA 윤석민, NC 임창민, 삼성 임창용 정도다. LG 양상문 감독은 “타자의 성장속도를 투수가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투수는 ‘한계점’이 있다! 반면 타자는?
전문가들도 2008년 양현종 이후로 KBO리그를 대표할 만한 특급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5년간 신인왕을 살펴봐도 5명 중 2013년 NC 이재학만이 투수였다. 게다가 이재학은 2010년 두산으로 입단했던 중고신인이었다.
양상문 감독은 “투수는 훈련할 때 한계점이 있다. 어깨와 팔꿈치는 소모되기 때문에 하루에 몇 백 개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없다. 시간을 두고 서서히 성장하기 때문에 좋은 투수를 키워내는 게 어렵다”며 “반면 타자들은 훈련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 방망이도 좋아졌고, 최근 구단마다 외국인타자들이 들어오면서 훈련법부터 여러 가지를 배운 덕분에 성장속도가 빨라졌다. 혜성처럼 등장하는 스타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NC 손시헌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팀 전력이 비슷해지면서 순위싸움을 할 수 있으니까 신인투수들에게는 쉽게 기회가 안 가고 있다. 선수단 운영정책에 따라 군대를 미리 가야할 수도 있고, 좁은 스트라이크존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타고투저였는데, 올해 갑자기 투고타저가 될 수 없다고 본다. 환경이 바뀌면 서서히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