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감독 “수원극장, 솔직히 너무 무서워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3일 05시 45분


수원 서정원 감독(왼쪽)은 체질개선과 리빌딩을 통해 희망을 키우고 있다. 서 감독이 21일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 우라와 레즈와의 원정경기에서 2-1로 역전승한 뒤 서포터스를 향해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이타마(일본)|사진공동취재단
수원 서정원 감독(왼쪽)은 체질개선과 리빌딩을 통해 희망을 키우고 있다. 서 감독이 21일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 우라와 레즈와의 원정경기에서 2-1로 역전승한 뒤 서포터스를 향해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이타마(일본)|사진공동취재단
■ 승승장구 서정원 감독이 말하는 우승·베테랑·챔스리그·수원극장

우승…우리를 뛰게 하는 열망이자 절실함
베테랑…팀 위한 희생, 그리고 미안함 대상
챔스리그…16강 진출,2013시즌 아픔 날려

수원삼성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거침이 없다. 18일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5-1의 대승을 거둔 데 이어 21일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원정 5차전에선 2-1 역전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상승세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벤치가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어낸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좋은 선수가 많았음에도 마지막 고비를 번번이 넘지 못했던 수원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바뀌었다. 체질개선과 리빌딩을 통해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다. 우라와 원정에서 돌아온 서정원(45) 감독을 통해 수원의 시즌 초반부를 키워드로 살펴봤다.

● 우승

“욕심 아니면 우릴 뛰게 하는 동력? 열망이자 절실함으로 정리할게요. 현역으로 마지막 우승이 2004년이었는데, 욕심이 나요. 성적으로 말하는 프로에서 우승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점도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있어요. 그런 열망이 있으니 나도, 팀도 발전하는 게 아닐까. 가끔 이런 생각도 해요. ‘내가 헹가래 받아볼 수 있을까’라고. 욕심과 열정이 있으니 포기할 수 없는 거죠.”

1995년 창단한 수원은 1998년과 1999년, 2년 연속 K리그를 제패했다. 2001년과 2002년 아시아클럽챔피언십(현 챔피언스리그)을 내리 석권한 명가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마지막 K리그 우승은 통산 4번째인 2008년이고, 가장 최근의 정상 등극은 2010년 FA컵이다.

● 베테랑

“우리만은 아닐 거예요. 선수 때나 (감독이 된) 지금이나 항상 느끼는데, 스포츠에서 베테랑과 고참의 힘은 상상을 초월하죠. 베테랑이란 표현 자체가 팀 전체를 끌어가는 단어가 아닐까 싶네요. 경험이 풍부한, 실전 그라운드와 훈련장에서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은 선배들이 팀을 위해 희생하고 이끌어가는 모습이 모두를 아우르는 힘이 아닐까요? 아, 이것도 분명하죠. 내게는 (쉴 틈을 주지 못하는) ‘미안함’의 의미라고요.”

수원은 고참과 젊은 피의 조화가 가장 잘 이뤄진 팀으로 꼽힌다. 20대 초반 영건들부터 30대 멤버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고루 분포됐다. 그래도 요즘 가장 ‘핫(Hot)‘한 이는 염기훈(32)이다. 우라와 원정에서도 환상의 왼발 킥으로 2도움을 추가해 최근 연속 공격 포인트 기록을 9경기(5골·8도움)로 늘렸다.

● 챔피언스리그

“행복한 기억이면서도 가장 마음 아프게 했던 무대에요. 2001∼2002년 클럽챔피언십 2연패를 선수로 경험했지만, 지도자로는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까요. 감독 첫 도전이던 2013시즌이 기억에 남네요. 4무2패 조별리그 탈락은 정말 처참했죠. 감독 2년차인 지난해는 건너뛰었고. 올 시즌도 몰라요. 그럭저럭 순항하는데, 부족한 게 많고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표치가 100이라면 지금은 49 정도?. 수원은 더 강해져야 하고, 그렇게 될 거예요.”

수원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3승1무1패(승점 10)로 16강행을 확정했다. 다음달 5일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6차전 홈경기에서 최종 순위를 가린다. 이겨야 조 1위로 16강 라운드에서 유리한 대진을 받는다. 수원이 조별리그를 통과한 마지막 기억은 2011년(4강)이다. 올해는 기쁨을 만끽할 자격이 있다.

● 수원극장

“종료 직전 터지는 결승골 정말 싫어요. 솔직히 너무 무서워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짜릿함, XX 타는 느낌은 있는데 지켜보는 입장에선…. 편안하게 해주면 안 될까? 승리하고 있으니 괜찮아 보여도 큰 아쉬움이죠. 스트레스가 엄청나니까요. 안 그래도 계속 미팅하고 있어요. 다만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고, 질 걸 비기고, 비길 걸 이기는 점은 칭찬하고 싶네요.”

수원은 최근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기 종료 직전 터진 골 모음을 소개했다. 동영상 배경음악은 써니 힐의 ‘들었다 놨다’였다. 팬들의 마음을 끝까지 졸이게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우라와 원정에서도 먼저 실점하고 종료 2분여 전 역전에 성공했으니, ‘극장 골’은 수원의 새로운 스타일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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