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기자의 인저리 타임]뒤에 있는 주영, 주연은 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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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2012년 대형 호재(好材)를 만났다. 일본에서 뛰던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박찬호(은퇴)와 미국에 있던 김병현(넥센→KIA)이 한꺼번에 국내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던지고 이승엽이 때린다’로 요약된 거물 해외파들의 복귀는 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해 프로야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거액의 몸값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외국으로 간 선수들이지만 언젠가는 돌아오기 마련이다. 축구의 박지성과 이영표처럼 해외리그를 끝으로 은퇴한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내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낸다. 복귀 시점은 그래서 중요하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났어도 너무 늦게 돌아오면 보여줄 게 없다. 이곳저곳 전전하다 갈 곳이 없어 돌아오면 좋게 보일 리 없다. 프로축구 박주영(서울)의 국내 복귀를 달갑지 않게 생각했던 팬들이 꽤 있었던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러시를 이뤘다. 2002년 월드컵 대표팀 멤버들이 해외 진출에 앞장섰다. 당시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던 이동국(36·전북)도 해외파 중 한 명이었다. 안정환 고종수 등과 함께 1998년 K리그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이동국은 200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미들즈브러 유니폼을 입었다. ‘꿈의 무대’를 밟는 데는 성공했지만 활약은 보잘것없었다. EPL에서 두 시즌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다. 2008년 성남으로 조용히 돌아왔지만 13경기에서 2골 2도움에 그치는 등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방출됐다. 29세의 나이에 “은퇴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2009년 최강희 감독의 부름을 받은 뒤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거듭났다.

▷‘저니맨’ 박주영이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를 상대로 2409일 만의 국내 복귀전을 치렀다. 경기장에는 2만2155명의 팬이 몰렸다. 올 시즌 4라운드 최다 관중이다. 그가 후반에 교체 투입되자 팬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일단 ‘스타 마케팅’은 성공한 듯 보인다. 경기력은 어땠을까.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7년 만에 돌아왔다는 것을 알린 것 외에는 보여준 게 없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면서도 “여전히 존재만으로 상대에게 위협은 줄 수 있는 선수다. 실전 경험을 쌓다 보면 좋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이동국이 국내로 돌아왔을 때는 어땠을까.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지금의 박주영보다는 나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동국이 EPL에서 부진하긴 했지만 박주영보다는 출전 경기 수가 훨씬 많아 뛸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것이다. 한 위원은 “박주영은 빼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라 반전의 여지는 충분하다. 다만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영이 ‘저니맨’이라는 말을 듣기 전에 돌아왔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나마 더 늦은 게 아니라 다행이다. 이동국이 2009년 전북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했을 때 그의 나이는 올해의 박주영과 같은 서른이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박주영#에벨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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