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무인 용병, 어찌할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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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제퍼슨 ‘국민의례 무시’… 사과했지만 “국가 모독” 파문 확산
“뒷돈 요구 안먹히자 태업” 소문도
김성근 감독도 모건 때문에 골치

‘봄 축제’라는 프로농구 포스트시즌이 ‘국가 모독’ 사태로까지 비화되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구단인 LG와 당사자인 외국인선수 데이본 제퍼슨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제퍼슨은 18일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국민의례 때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스트레칭을 했다. 리그와 팬을 존중하지 않고 한국을 무시하는 처사였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제퍼슨은 19일 울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팬과, LG 및 농구 관계자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구단 이미지 실추를 의식한 LG 농구단도 “제퍼슨이 잘못된 행동을 인정했다. 구단 차원의 징계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제퍼슨의 징계 여부를 다루기 위해 재정위원회를 소집했다.

제퍼슨 사건을 지켜본 일부 농구 감독은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리그 득점왕 출신인 제퍼슨은 2013년 LG에 입단할 때부터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성적에 목말랐던 LG는 고액을 감수하고 제퍼슨을 영입한 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재계약에 성공한 제퍼슨은 이번 시즌 예전 같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무리한 뒷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태업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스스로 술집 출입 사실을 공개하기도 해 비난을 샀다. 외국인선수 제도 변경으로 제퍼슨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LG를 떠날 공산이 커지면서 무성의한 플레이로 일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A팀 감독은 “제퍼슨이 경기 도중 동료들의 실수에 짜증과 화를 자주 냈다. 안하무인격인 외국인선수에 대해서는 지도자, 팀, KBL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선수를 둘러싼 고민은 비단 LG만의 문제는 아니다.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가세한 프로야구 한화는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 때문에 근심이 늘고 있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던 모건은 ‘지옥 훈련’으로 불린 한화 캠프를 견뎌내지 못하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모건은 코치에게 “왜 해야 하느냐”며 따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모건에 대해 김 감독은 “몸 상태도 안 됐는데 말이 많고 변명이 많다”며 2군행을 지시했다. 김 감독은 모건의 컨디션을 꼼꼼히 챙기는 차원이 아니라 팀 분위기를 흐릴 수 있는 뿌리를 처음부터 없애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 감독은 SK 시절인 2008년 부진했던 투수 다윈 쿠비얀을 3경기 만에 쫓아낸 뒤 대체 투수 케니 레이도 5경기 만에 퇴출시켰다.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리면 가차 없이 행동으로 옮겼다. 28일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두고 김 감독과 모건의 줄다리기 결과는 재도약을 꿈꾸는 한화에 중요한 현안이다.

이처럼 외국인선수 농사가 팀 성적을 좌지우지하면서 구단마다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번 시즌 직전 우승 주역인 로드 벤슨을 퇴출시켰다. 유 감독은 “무리한 몸값을 요구하며 불손한 태도를 보여 내보냈다. 단체 스포츠에서는 선수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도 이길까 말까다. 선수 한 명에게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감독은 선수 선발의 가장 큰 기준으로 인성을 본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 SK를 3연승으로 제치고 4강에 진출한 전자랜드의 기적은 유일한 외국인선수 주장인 리카르도 포웰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포웰은 한때 미운 오리로 불렸지만 유도훈 감독이 오랜 세월 공을 들이고 마음을 연 덕분에 달라졌다.

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에서 8연패를 노리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도 외국인선수 관리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신 감독은 “레오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운동장 15바퀴를 뛰라고 했더니 3바퀴 만에 쿠바에서는 이런 훈련 안 한다며 안 뛰더라. 그래서 엄청 혼을 냈다. ‘허락 받고 쉬어라. 너 같은 ××하고는 못하겠으니 돌아가라.’ 뭐 이랬더니 눈물을 흘리며 가족을 위해 돈 벌어야 한다고 하면서 열심히 하더라”라고 말했다. 삼성화재의 훈련 시스템에 적응한 레오는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용병#프로농구#제퍼슨#국민의례 무시#김성근#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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