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한국전력 ‘꼴찌들의 반란’ 포스트시즌 에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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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체제’의 붕괴와 언더독(Underdog·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의 반란. 2014~2015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판도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 판도는 이전에 비해 완전히 달라졌다. 2005년부터 매년 ‘봄 잔치’에 초청받았던 현대캐피탈은 사상 처음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다. 2006~2007시즌 후 매년 포스트시즌을 거르지 않았던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그 자리는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이 대신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던 시나리오다.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은 2013~2014시즌 나란히 6위와 최하위인 7위에 그쳤었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리그 참가 첫 해 가능성을 보여줬던 OK저축은행은 한 시즌 만에 삼성화재의 아성을 위협하는 팀이 됐다. 가장 큰 변화는 특급 외국인 선수 시몬(쿠바)의 가세다. 팀 사정상 본업인 센터 대신 공격 중심의 라이트로 포지션을 바꿨지만 34경기에서 1043점(2위)이라는 가공할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경기대 시절부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던 이민규-송희채-송명근의 기량이 급성장한 것도 큰 이유다. 김세진 감독은 선수들의 특성을 잘 살려 한 템포 빠른 배구를 정착시켰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를 초빙해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것도 주효했다.

만년 하위 팀 한국전력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더욱 극적이다. 한국전력은 2년 전 2승 28패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신영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서서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더니 올해는 22승 12패로 팀 창단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전광인과 쥬리치를 중심으로 한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 조직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자주 이기다보니 선수들이 이기는 재미를 알게 됐다”는 전광인의 말에서 이전과 달라진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관심은 포스트시즌에 모아진다. 두 팀 중 누가 이기든 스승인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과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이게 된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선수 시절 신 감독의 지도를 받았고, 신영철 감독은 선수와 코치로 17년간 신치용 감독을 보좌했다. 약자들의 반란이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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