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해결사의 자존심…요즘 골밑은 김단비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5일 03시 00분


여자프로농구는 팀당 2명까지 외국인 선수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신한은행은 외국인 선수 3명이 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가는 해가 아쉬운 듯 코트를 마음껏 휘젓고 있는 말띠 포워드 김단비(24·180cm·사진) 때문이다.

김단비는 23일 현재 경기당 평균 14.67점으로 득점 랭킹 전체 3위이자 국내 선수 가운데 1위다. 리바운드는 평균 7.4개를 잡아내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신장과 탄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의 전유물이던 리바운드에서 국내 선수가, 그것도 센터도 아닌 김단비가 순위표 꼭대기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례적이다.

24일 전화로 연결된 김단비에게 크리스마스이브 이야기부터 꺼냈더니 그는 “헬스장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경기 없는 날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 한다. 몸은 고단해도 정신적인 부분까지 힘들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게임에서 잘 안 된 부분은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김단비의 출전 시간은 평균 36분 53초로 이 역시 리그 1위다. 팀에서 비중이 높다 보니 코트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그래도 김단비는 “새로 팀을 맡으신 정인교 감독님이 많은 배려를 해주고 계시다. 무릎이 신통치 않으니까 평소 운동량을 조절해 주시고 휴식 시간도 챙겨줘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고마워했다. 프로 통산 8시즌째를 맞은 김단비가 평균 4개 이상의 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릎이 안 아프니까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가담하고, 골밑에 들어가 점프도 많이 한 덕분”이라는 게 그의 설명.

신한은행은 김단비를 중심으로 우리은행에 이어 2위 자리를 굳혀 나가고 있다. 프로 입단 후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었던 김단비는 최근 2시즌 연속 우리은행의 벽에 막혀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번 정규리그에서도 신한은행은 우리은행과의 3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그래도 김단비는 “정규리그 성적을 의식하지 않겠다. 마지막에 웃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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