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MVP…홀어머니 울린 ‘최고의 선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6시 40분


신고선수에서 MVP의 신화를 써내려간 넥센 서건창이 18일 서울 서초구 THE-K호텔에서 열린 2014프로야구 최우수선수 시상식에서 영광의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신고선수에서 MVP의 신화를 써내려간 넥센 서건창이 18일 서울 서초구 THE-K호텔에서 열린 2014프로야구 최우수선수 시상식에서 영광의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어머니가 말하는 ‘효자 서건창’

LG 방출때 ‘계속 하겠냐’고 물었어요
자신있다, 걱정 말라며 절 안심시켰죠
200안타 쳤을때도 행복해서 울었는데…
‘모든 게 엄마 덕분’이라는 효자 아들
소감서 밝힌 ‘백척간두 진일보’ 문구
시상식 전날 찾아 아들에게 건네줬죠

2014 프로야구 시상식…신인상 NC 박민우

어머니는 아들 기사를 찾아보는 재미로 한 시즌을 보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들의 이름이 신문 지면과 인터넷에 오르락내리락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아들의 경기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아들의 활약은 어머니의 기대를 뛰어 넘고도 남았다. 그야말로 승승장구. 아들이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200번째 안타를 치던 날, 어머니는 관중석에서 기어이 울었다. “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역사적인 200안타의 순간 이후 정확히 한 달이 흘렀다. 18일 서울 서초구 THE-K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7even세븐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최우수 신인선수 및 각 부문별 시상식. 아들 서건창(25·넥센)은 또 한 번 어머니를 울렸다. 총 유효표 99표 가운데 77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정규시즌 MVP로 선정됐다. 어머니 정수현(51) 씨는 아들의 뒤에 앉아 그 순간을 모두 눈에 담았다.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조용히 자리를 뜬 정 씨는 “내가 말주변이 별로 없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날 어머니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는 말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 장하고 대견스럽고…. 그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눈가는 이미 붉어져 있었다.

한 시즌 200안타. 어머니도 놀랐다. 정 씨는 “목표를 세우면 이루는 아이였지만,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아들이 걸어온 고난의 길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기에 더 그랬다. 첫 소속팀 LG에서 방출됐던 2009년 말, 어머니는 아들에게 “야구를 계속 하겠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말했다. “당연히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자신감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정 씨는 “그 후로는 계속 아들을 믿었다”고 했다.

서건창은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남다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는 서건창과 여동생 연수(23) 씨를 홀로 뒷바라지했다. 아들이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텼던 이유, 그리고 끝까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모두 가족이었다.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아주 어릴 때 철이 들었다. 한 번도 내가 마음을 쓰게 한 적이 없다”며 “항상 생각을 깊게 하고 긍정적인 아이라 힘들 때도 걱정은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은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에게 문자 메시지를 자주 보낸다. ‘모든 게 엄마 덕분’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4년 전 약속했던 것 이상을 어머니에게 보여줬다.

백척간두 진일보. 백 척이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다다랐어도 또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의미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시상식 하루 전날 서건창에게 직접 이 문구를 찾아줬다. 서건창은 단상 위에서 수상소감을 얘기하면서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말처럼, 앞으로 더 나아가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 길에는 당연히 가족이 함께 한다.

인적이 드문 커피숍 앞에서 조용히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건창이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다시 울컥했다. 그리고 “같이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겠다”고 했다. 야구선수 서건창 가족이 함께 한, 최고의 식사가 아니었을까.

● 넥센 서건창은?

▲생년월일=1989년 8월 22일 ▲키·몸무게=176cm·84kg(우투좌타) ▲출신교=송정초∼충장중∼광주일고 ▲프로 입단=2008년 LG 신고선수, 2011년 넥센 신고선수 ▲2012년 성적=128경기 543타수 201안타(타율 0.370) 67타점 135득점 48도루 ▲수상 경력=2012년 신인왕, 2012 2루수 골든글러브 ▲2014년 연봉=9300만원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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