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렌워터 “한국코트 새 길 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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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득점 1위 오리온스 용병
개막 8연승 무서운 질주 이끌다 상대 집중 견제로 3연패 주춤
협력플레이 눈뜨고 다시 상승세… “최고 용병 맥도웰과 비교돼 영광”

올 시즌 프로농구 오리온스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 선수 트로이 길렌워터. 고양=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올 시즌 프로농구 오리온스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 선수 트로이 길렌워터. 고양=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는 걸 싫어하지만 급할 건 없습니다.”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실내체육관에서 만난 프로농구 오리온스의 특급용병 트로이 길렌워터(26)는 침착했다. 8연승을 질주하던 오리온스가 인삼공사한테 시즌 첫 패배를 당한 다음 날이었다. 오리온스는 이후 SK와 동부에도 잇달아 지면서 모비스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상대는 길렌워터의 플레이 패턴을 읽고 괴롭혔다. 길렌워터는 팀이 3연패를 당하는 동안 경기당 21.7점을 넣었지만 실책을 8개나 범했다. 도움은 없었다. 동료들을 활용하지 못했다. 길렌워터는 “상대가 나에 대한 대비를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도 욕심이 앞섰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길렌워터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오리온스는 연패에서 벗어나 2연승을 거뒀다. 길렌워터는 7일 KCC전과 9일 삼성전에서 두 경기 합계 56점을 넣었다. 삼성전에서는 3쿼터 18점을 몰아치는 등 32점을 올려 삼성의 전체 1순위 용병 리오 라이온스(13득점)를 압도했다. 가로채기 3개와 도움 2개를 곁들이는 ‘이타적’ 플레이로 동료들의 경기력도 살렸다.

용병 포워드와 센터로는 그리 크지 않은 길렌워터(199cm)는 어린 시절부터 볼에 대한 집중력으로 신체적 약점을 극복했다. 그의 오른 팔뚝에는 ‘보스턴(Boston)’이라는 문신이 선명하다. 고향 보스턴에서 농구를 시작할 때 가졌던 집중력과 열망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어릴 적에도 상대를 위협할 만큼 큰 선수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고 2때까지도 내가 프로 선수가 될지 잘 몰랐죠. 하지만 농구를 하는 동안만큼은 경기에 몰입하는 집중력과 볼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어요.”

길렌워터는 “팀 동료 이승현(197cm)은 용병들에게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덩치가 크지 않은 애런 헤인즈(201cm·SK)가 득점과 리바운드 1, 2위를 다투는 걸 보면 역시 농구는 정신적인 무장, ‘헝그리’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다”고 말했다.

10일 현재 길렌워터는 득점 1위(경기당 24.69점)를 질주하고 있다. ‘만능 용병’으로 불리는 애런 헤인즈(경기당 20.33점)보다 평균 4점 이상 앞서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용병 트라이아웃에서 2라운드 3순위(전체 13순위)로 오리온스에 입단한 길렌워터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벌써 프로농구 역대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탱크’ 조니 맥도웰(전 KCC)과 비교된다. 볼에 대한 집중력과 골밑을 휘젓는 스타일이 닮았다. 팬들은 이런 길렌워터의 이름에 들어 있는 ‘워터(Water)’를 따 ‘물탱크’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길렌워터는 “맥도웰은 잘 모르지만 최고 용병과 닮았다고 해주니 영광스럽다”고 웃었다.

길렌워터는 한국 무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추일승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원래 내가 감독 스타일에 맞추지만, 추 감독님은 내가 만난 가장 인간적인 지도자예요.”

고양=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트로이 길렌워터#오리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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