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가 말하는 나의 AG] 송진우 “12년전 대만 결승전 9회말 삼자범퇴…영원히 못 잊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9월 24일 06시 40분


프로야구에서 통산 최다기록인 210승을 올린 송진우 한화 코치는 만36세의 나이로 참가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일본전과 대만전에서 호투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에서 통산 최다기록인 210승을 올린 송진우 한화 코치는 만36세의 나이로 참가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일본전과 대만전에서 호투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스포츠동아DB
3. 송진우

“특급소방수 있는데 끝까지 날 믿어줘
단 하나의 AG금메달, 나의 보물이죠
후배들 본인실력만 발휘하면 금 충분”

송진우(48·한화 코치)는 현역 시절 ‘살아있는 전설’로 통했다. 1991년 프로에 데뷔해 2009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무려 21년간 프로 마운드를 호령했다. 통산 최다승(210승)은 물론 한국프로야구의 투수 부문 각종 통산 기록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야구로 수많은 기록과 기억을 쌓은 그지만,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 벌써 12년 전의 추억이지만 아직도 생생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한 한국야구는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해외파 없이 국내파로만 대표팀을 구성했다.

송진우 코치는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며 “세월 참 빠르다. 벌써 12년 전 일이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의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2002년은 한일월드컵이 열리면서 축구 인기가 치솟고, 야구 인기는 시들해졌다. 그래서 더더욱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당시 분위기를 돌이켰다.

두산 김인식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송진우는 만36세로 대표팀 맏형이었다. 웬만한 선수라면 은퇴를 고민할 나이였지만, 그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했다. 그해 다승(18승7패)과 방어율(2.99) 2위에 올랐을 정도다. 외국인선수를 제외하고는 국내투수 중 최고 성적이었다.

● 3경기 등판 금메달에 혁혁한 공을 세우다

중국과의 예선 1차전에서 8-0으로 가볍게 승리한 가운데 그는 9회말 한국의 3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대만(7-0)과 필리핀(15-0)을 차례로 꺾은 뒤 예선 4차전 일본전에 그가 선발로 출격했다.

“중국전 등판은 몸풀기 차원의 등판이었고, 일본전은 긴장하고 들어갔는데 타자들이 초반부터 점수를 내주면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5회까지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는데 결승전에 대비해 마운드를 내려왔던 기억이 난다.”

기억은 정확했다. 한국은 1회말 선취점을 뽑은 뒤 3회 6점, 4회 2점을 얻으며 9-0으로 완승했다. 그는 5회까지 16명의 타자를 상대해 볼넷 1개만 내준 채 완벽한 피칭을 자랑하면서 ‘일본킬러’ 명성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그는 “과거부터 이선희 선배, 김기범, 구대성 등이 일본킬러였고, 최근엔 김광현이 일본전에 강하지 않느냐. 일본은 한국 왼손투수에 전통적으로 약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중국을 7-2로 격파하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 상대는 대만. 한국은 2회초 선취점을 뽑았지만 3회초 2점을 내주며 역전당했고, 4회말 3점을 얻어 4-2로 앞섰으나 8회말 1사 2루 위기상황을 맞았다. 여기서 김인식 감독은 송진우 카드를 뽑아들었다. 그는 2사후 적시타를 맞고 4-3으로 쫓겼지만 9회말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금빛 포효를 했다. “당시 마무리로는 현대 조용준이라는 특급소방수가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눈빛 한번 보내시더니 9회까지 맡기시더라. 포수 홍성흔이 감독님한테 내 공이 괜찮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냥 끝까지 믿어주셨다.”

● AG 금메달은 나의 보물, 후배들도 파이팅!

송진우 코치에게 2002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소중한 보물이다.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기도 했지만,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금메달이라 고이 간직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도 본인들이 가진 실력만 십분 발휘한다면 금메달을 따지 않을까 싶다. 금메달도 따고, 남은 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야구 열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보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