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본 이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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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베네수엘라전서 2골… 센추리클럽 가입 자축
“태극마크는 큰 영광… 불러만준다면 최선 다해 뛸것”

이동국(35·전북)이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의 새로운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이동국은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2골을 넣어 3-1 승리를 주도했다. 이동국의 이날 활약은 국내 축구계에 많은 의미를 전달했다. 이동국은 역대 태극전사 9번째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했다. 35세 129일에 골을 터뜨려 역대 4위의 A매치 고령 득점 선수가 됐다. 최고령 A매치 득점자인 김용식(39세 286일) 등 상위 3명이 1950년대에 기록을 세운 점을 감안하면 이동국이 금세기 최고령 A매치 득점 선수인 셈이다. 이동국은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루과이 경기(한국 0-1 패)에서는 공격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적극적인 공간 침투와 수비 가담으로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동국의 활약에 한국 ‘킬러’의 계보를 이었던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46)도 기뻐했다. 그는 “이동국은 왜 자신이 대표팀에 있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 이동국 만한 공격수는 없다. 국가대표팀은 지금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동국은 K리그 클래식에서 11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며 전북을 1위로 이끌고 있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41)도 “A매치 100경기 출전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후배들이 본받아야 할 선수”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월드컵이 끝나면 미래를 보고 대표팀을 구성하려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현재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을 뽑아야 젊은 선수들에겐 자극을 주고 노장 선수들의 조기 은퇴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대표선수 자질의 최우선은 ‘가능성’이 아닌 ‘경기력’이라는 지적이다.

19세이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혜성같이 나타난 이동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해 사상 첫 원정 16강의 영광을 함께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은 다시 TV로 지켜보는 다소 굴곡진 축구인생을 살고 있다. 이동국은 “대표팀은 실력이 없으면 올 수 없는 영광스러운 곳이다. 은퇴하지 않는 한 불러준다면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 이동국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듯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동국#한국 축구대표팀#센추리클럽#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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