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4강 네덜란드 “아르헨이 편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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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Brasil 2014]
상대전적 4승3무1패 압도적… 해결사 판페르시 부진은 꺼림칙

베르흐캄프
베르흐캄프
네덜란드가 악전고투 끝에 코스타리카를 승부차기로 꺾고 4강에 진출했지만 잔칫집 분위기는 아니다. 짜릿한 승리의 감격보다 상대 전략에 끌려다닌 경기 내용이 찜찜하다. 연장까지 가는 피 말리는 승부를 벌였기 때문에 준결승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체력이 100%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4강 상대인 아르헨티나에 대한 자신감에 위안을 삼고 있다. 네덜란드는 아르헨티나에 무척 강했다. 역대 총 여덟 번 대결을 벌였는데 4승 3무 1패로 우세하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결승전에서 개최국 아르헨티나에 1-3으로 진 게 유일한 패배다.

특히 네덜란드에 1998년 프랑스 월드컵 8강은 분위기 반전을 위한 ‘기분 좋은 추억’이다. 당시 네덜란드는 아르헨티나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며 후반 종료 직전까지 1-1의 접전을 이어갔다. 양 팀 선수들이 연장전을 의식하고 있던 순간, 아르헨티나를 침몰시킨 건 최전방을 휘젓던 데니스 베르흐캄프였다.

베르흐캄프는 수비라인에서 대각선으로 길게 올라온 볼을 절묘하게 오른발로 떨어뜨려 놓은 뒤 아르헨티나 수비수를 제치고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그의 한 방에 오렌지색 물결의 응원석은 열광했다. 세 번의 볼 터치가 하나의 우아한 동작으로 연결된 이 골은 지금도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고소공포증으로 비행기를 타기 꺼려해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합류했던 베르흐캄프는 이 한 방으로 네덜란드 축구의 전설로 남았다.

결정타 한 방으로 승부가 갈릴 4강전.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의 원맨쇼를 감당해야 할 네덜란드로서는 베르흐캄프의 추억이 그립기만 하다. 16강 멕시코전, 8강 코스타리카전에서 수많은 기회를 날리며 극도의 부진을 겪은 판페르시 때문에 네덜란드 팬들은 베르흐캄프 같은 해결사의 등장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를 잡는 추억을 재현하며 두 대회 연속 네덜란드를 월드컵 결승에 올릴 골잡이는 누가 될 것인가.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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