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코치 “삼진 집착 말고 야수를 믿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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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류영수 코치 투수 조련 맡은뒤 팀 평균자책 6.05서 4.34로 내려가

‘기본적인’을 뜻하는 영어 낱말 ‘fundamental’은 재미(fun)로 시작해 정신력(mental)으로 끝난다. 야구에서 가장 기본은 투수력이다.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으면 야구 경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투수가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승부를 즐기는 게 승리로 가는 확실한 지름길이다.

프로야구 넥센 염경엽 감독(46)이 6월 12일 류영수 코치(69·사진)를 1군 투수 코치로 임명하며 했던 말에도 이 내용이 녹아 있다. 염 감독은 당시 류 코치를 소개하며 “기술적 부분보다 정신적인 면이나 기본기 측면에서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류 코치는 염 감독의 현역 시절 스승이었다. 1982년 MBC 투수 코치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류 코치는 2005년 옛 현대 재활코치를 마지막으로 프로 무대를 떠났다. 그를 올해 초 다시 넥센 육성군 총괄 겸 재활코치로 초빙한 게 염 감독이었다.

류 코치가 1군에 올라온 뒤 6.05였던 넥센 팀 평균자책점은 4.34까지 내려갔다. 그 덕분에 팀 성적 역시 10승 3패(승률 0.769)로 같은 기간 1위다. 지난달 29일 경기에서는 올 시즌 처음으로 무실점 승리도 맛봤다. 염 감독이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면 류 코치가 ‘복덩이’인 셈이다.

류 코치 부임 뒤 가장 달라진 것은 넥센 투수들의 볼넷과 삼진이 모두 줄었다는 점이다. 류 코치 부임 이전에는 볼넷+삼진이 9이닝당 11개가 나오던 게 9.5개로 줄었다. 얼핏 1.5개 차이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1.5개는 투수와 야수가 서로 믿는 것과 그러지 못하는 것의 차이다.

삼진이 줄어들면 야수들이 처리해야 할 타구가 늘어난다. 넥센 야수들은 범타처리율을 높이면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을 내려줬다. 투수들도 야수를 믿기에 어렵게 승부하다 볼넷을 내주는 대신 ‘맞혀 잡는’ 여유를 갖게 됐다.

투수가 아무리 중요해도 야구는 9명, 아니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6명이 함께하는 놀이(fun)다. 류 코치가 넥센에 불어넣은 또 한 가지 기본기는 바로 이 정신(mental)을 일깨운 것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넥센#염경엽#류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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