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리포트] “더 조심스럽게”…‘우승-1’ 두산이 말을 아끼는 이유

  • Array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7시 00분


두산 민병헌. 스포츠동아DB
두산 민병헌. 스포츠동아DB
황병일코치 “마음 비운 삼성, 더 무섭다”
민병헌 “100% 확률에도 실패한 적 있다”

한국시리즈(KS)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둔 기분은 어떨까.

29일 삼성과의 KS 5차전을 앞둔 두산 덕아웃에는 설렘보다는 조심스러움이 가득했다. 원래부터 신중한 화술을 구사하는 두산 김진욱 감독은 평소보다 훨씬 말을 아꼈다. 이런저런 질문을 “비밀이다”,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답변들로 피해갔다.

황병일 수석코치도 29일 선수단 미팅을 통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전 뉴욕 양키스 포수 요기 베라의 경구를 들려줬다. 패색이 짙은 팀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의미로 주로 쓰는 말인데,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둔 두산에서 나왔기에 흥미로왔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는 뜻에서 꺼낸 말”이라고 황 수석은 설명했다. 실제로 황 수석은 2009년 KIA에 몸담고 있을 때도 2연승 후 2연패, 3승 선착 후 3패, 그리고 최후의 7차전에서 SK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단기전에선 방심도, 포기도 있을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에 “마음을 비운 삼성이 더 무섭다”고 경계했다.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경험을 공유한 두산 선수들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 민병헌은 “3승1패에서 뒤집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100% 확률에서도 실패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2007년 SK와의 KS에서 먼저 2승을 거둔 뒤 마치 우승은 시간문제인양 의기양양하게 잠실로 귀환했는데, 거짓말처럼 4연패를 당한 쓰라린 기억을 교훈으로 삼자는 얘기였다. KS 2연승 팀이 우승에 실패한 적은 그 전까지는 없었다. 확률 따위에 개의치 않고 실제로 우승을 거머쥐어야 한다는 것이 두산 선수단의 정서였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