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운 “말을 타는 순간 난 거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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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7시 00분


서승운 선수는 현역 최단신 기수다. 하지만 체력, 정신력, 기승술 만큼은 다른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서 선수의 경주를 보면 왜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서승운 선수는 현역 최단신 기수다. 하지만 체력, 정신력, 기승술 만큼은 다른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서 선수의 경주를 보면 왜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150cm ‘작은거인’ 서승운 기수

한국경마 최단기간 통산 100승 올려
데뷔 3년차 불구 올해 다승 3위 우뚝
승부욕 최강…“그랑프리 우승 꿈꿔”


4년 전 가을, 이른바 ‘루저 논란’이 한동안 화제가 됐다. 한 여대생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180cm가 안되는 남성은 루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되면서 후폭풍이 일었다. 키나 얼굴 등 외모를 중시하는 현실을 반영한 이 논란은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그런 세태를 아랑곳하지 않고 150cm의 작은 키로 ‘위너’가 된 남자가 있다. 한국경마 현역 최단신 선수인 서승운 (23)이 주인공이다.

서승운 선수는 9월 28일 과천 서울경마공원 제9경주에서 한국경마 최단기간 통산 100승에 성공했다. 2년 1개월만의 쾌거로 문세영 선수의 종전 기록을 4개월 앞당겼다.

서 선수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0월 첫 주에는 총 19회에 출전해 6회 우승으로 자신의 주간 최다승을 갈아 치웠다. 특히 일요경마 12경주에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황금비율’를 타고 쌍승식 137.6배의 고배당을 터뜨리며 우승해 과천벌을 들썩이게 했다.

데뷔 3년차인 서 선수는 63승으로 조인권(74승), 문세영(71승)에 이어 올해 다승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6월에는 대상경주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고 총상금 33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선수 몫은 5%로 서승운의 올해 수입은 1억7000여만원. 1년을 두 달 이상 남긴 시점에 웬만한 직장인 몇 년치 연봉을 벌어들인 셈이다. 수입만 놓고 본다면 180cm이상의 장신이 부럽지 않다.

● 고교 때부터 기승술 익힌 ‘작은 거인’…템포조절 승부욕도 남달라

서승운의 별명은 ‘작은 거인’이다. 키는 현역 선수 중 가장 작지만 체력은 뒤지지 않는다. 또한 ‘말 특성화 고교’로 불리는 한국마사고등학교 기수과에서 체계적으로 기승술을 배운 것도 남다른 강점이다. 또한 작은 체격을 최대한 활용해 공기 저항을 덜 받으며 달린다. 경주마 템포 조절에도 능하고 ‘악바리’로 불릴 정도로 정신력도 강하다.

2012년에는 미국 찰스타운경마장으로 4개월간 연수를 떠났고 장추열 선수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경마대회에서 우승해 한국 경마의 위상을 높였다.

서승운 선수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라 형사가 되고 싶었는데 키가 작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경마를 통해 신체 콤플렉스를 극복했다”며 “내 키의 두 배가 넘는 경주마를 타고 달리다 보면 스스로가 거인처럼 느껴졌다”고 경마 입문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목표를 묻자 “일단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랑프리같은 큰 경주에서 우승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승운 선수는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경마 한일전에 대한 의욕이 남다르다. 9월 한국에서 열린 1차전에서 아깝게 일본에게 우승을 내주며 2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서 선수는 경마 선진국인 일본에서 한국 경마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150cm 작은 거인’ 서승운 선수가 써내려갈 ‘위너의 역사’에 경마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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