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구장은 ‘한풀이 구장’…90년대 중반까지는 5.18전후 경기 금지

  • Array
  • 입력 2013년 10월 4일 07시 00분


타이거즈는 해태 시절을 포함해 총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 중 타이거즈가 광주구장에서 챔피언에 오른 것은 1987년이 유일하다. 1987년 한국시리즈를 마친 타이거즈 선수단이 광주구장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 맨 앞은 선동열 현 KIA 감독. 스포츠동아DB
타이거즈는 해태 시절을 포함해 총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 중 타이거즈가 광주구장에서 챔피언에 오른 것은 1987년이 유일하다. 1987년 한국시리즈를 마친 타이거즈 선수단이 광주구장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 맨 앞은 선동열 현 KIA 감독. 스포츠동아DB
시민들 ‘김대중’ 외치며 한 풀던 곳
불상사 우려 한땐 홈경기 편성 피해
김응룡감독 “그땐 정말 대단했었지”


광주구장은 단순한 야구장이 아니라 광주시민의 ‘한풀이 장’이기도 했다.

서슬 퍼런 군부독재 시절이던 1982년 프로야구 원년. 해태 타이거즈의 초대 사령탑이었던 고 김동엽 감독은 광주 팬들 앞에서 “호남 여러분들의 한을 야구로 풀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가슴 속에 한을 품은 광주·호남인들의 응어리를 프로야구 우승으로 풀어주겠다는 다짐이었고, 어둡고 암울했던 시절 호남인들은 타이거즈의 우승과 더불어 야구장에서 ‘목포의 눈물’을 부르고 ‘김대중’을 연호하며 아픈 상처를 치유했다. 목청껏 ‘김대중’을 외치고 싶어도 외칠 수 없었던 그 시절, 호남인들에게 광주구장은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1990년대 중반까지는 5월 18일을 전후로 광주구장에 타이거즈의 홈경기가 편성되지 않았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해태 사령탑으로 타이거즈에 9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안겼던 김응룡 현 한화 감독은 “한때 잠실구장에서도 ‘목포의 눈물’을 부르고, ‘김대중’을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광주구장은 더욱 특별했다”며 “김대중정권이 들어선 뒤 그 같은 풍경이 없어지긴 했지만 한때는 정말 대단했다”고 되돌아봤다.

3일 광주구장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 팬은 “광주구장은 그냥 단순한 야구장이 아니었다. 광주 사람들에게는 마음속에 간직한 한을 푸는 곳이었다”며 “프로야구는 헌 야구장 대신 새 야구장에서 펼쳐지더라도, 기존 광주구장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이라고 말했다.

광주|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