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홀인원한 공 김세영(20·미래에셋)이 8일 충남 태안군 골든베이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GPA)투어 한화금융클래식 4라운드 17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뒤 갤러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세영은 이 홀인원으로 선두였던 같은 조 유소연(23)을 1타 차로 따라붙었고 결국 연장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KLPGA 제공
두 홀 남기고 3타나 뒤졌다. 선두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왕이자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유소연(23). 2위였던 스무 살 소녀 김세영(미래에셋)에게는 넘기 힘든 상대처럼 보였다. 우승은 물 건너간 줄 알았다.
하지만 기적이 찾아왔다. 17번홀(파3·168야드)에서 6번 아이언을 잡은 김세영의 티샷이 핀 7m 앞에 떨어진 뒤 또르르 굴러 컵 안으로 사라졌다. 석양에 눈이 부셔 공의 방향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김세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진짜?”를 외치며 환호했다.
유소연과의 격차는 이제 한 타. 분위기는 이미 김세영에게 기운 것 같았다. 김세영은 18번홀(파5·598야드)에서 파를 낚아 이 홀에서 보기를 한 유소연과 동타를 이뤄 승부를 기어이 연장으로 몰고 간 끝에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8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리조트(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금융클래식. 5타 차 3위로 출발한 김세영은 4라운드에서 홀인원 1개, 이글 1개, 버디 2개, 보기 2개의 화려한 스코어 카드를 적으며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유소연과 연장에 들어가 승리했다. 김세영은 “샷이 너무 안돼 소연 언니가 당연히 우승할 줄 알고 재미있게 플레이하려고 했다. 처음으로 홀인원이 나오면서 이상하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상으로 받은 차는 우리 가족의 드림카로 직접 타겠다. 집을 사려고 했는데 새 집 장만의 기회가 빨리 올 것 같다”며 웃었다.
올 시즌 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인 4월 롯데마트오픈에서 마지막 날 마지막 홀 이글에 힘입어 2011년 정규투어 데뷔 후 첫 승을 거뒀던 김세영. 이날은 더욱 짜릿했다. 9번홀(파4)에서 71야드를 남기고 56도 웨지로 한 두 번째 샷이 이글로 이어지며 추격의 발판으로 삼더니 프로골퍼들도 성공할 확률이 3000분의 1이라는 홀인원까지 낚았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김세영은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세 번째 샷을 그린에 떨어뜨린 뒤 1.5m 파를 잡아 4온에 이어 2m 파퍼트에 실패한 유소연을 꺾었다.
국내 최고인 3억 원의 우승 상금을 차지한 김세영은 시즌 상금 4억8827만 원으로 상금 랭킹 10위에서 1위로 점프했다. 홀인원 부상으로 1억4800만 원 상당의 벤츠 G350 블루텍까지 받아 기쁨 두 배였다.
161cm 단신인 김세영은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도복을 입기 시작해 태권도 공인 3단을 딴 ‘태권 소녀’. 태권도에서 끊어 치기가 골프 임팩트와 비슷하다는 그는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66.68야드로 2위에 오른 장타자다.
2년 연속 우승을 거의 품안에 안았다 날린 유소연은 김세영의 매직 앞에 허탈하게 코스를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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