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 넥센, 4강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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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0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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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가을잔치를 가시권에 두고 있던 넥센이 기로에 섰다. 넥센은 8일 목동 SK전에서 지면서 5위 롯데에 0.5게임차 추격을 허용했다. 9일 롯데가 이기고 넥센이 지면 4강권에서 밀려날 수도 있었던 절체절명의 위기. 넥센은 연장 12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4-4,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넥센은 이로써 47승40패2무를 기록하게 됐고, 이날 5위 롯데가 2위 LG에 발목이 잡히면서 45승40패2무가 돼 1게임차로 벌렸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는 엎치락뒤치락하며 예측을 불허했다. 5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던 선발 강윤구가 1-0으로 앞선 6회초 1사 1·3루서 김강민에게 동점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더니 김상현에게 2점홈런까지 맞으며 무너졌다. 강정호가 곧바로 6회말 2사 1·3루서 3점홈런을 터트리며 다시 4-3으로 승부를 뒤집었지만, 기세가 한껏 달아오른 SK가 7회초 또 4-4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 팀 구원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졌고 연장 12회까지 싸웠지만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넥센은 이날 SK에 졌더라도 롯데가 LG에 패했기 때문에 4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5연패에 빠졌다면 팀 분위기가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넥센이 시즌 두 번째 고비를 맞았다. 선수들의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경기의 흐름을 끊고, 이어가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은 위기 때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넥센은 지난해 전반기를 2위로 마쳤다가 후반기 돌입하자마자 연패에 빠지며 6위로 시즌을 마친 아픔을 겪어봤다. 마음속에 불안감이 엄습할 수밖에 없다.

경기 전 선수들은 최대한 동요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주장 이택근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어떤 얘기도 하지 않았다. 아직 우리 팀은 4위고 시간도 많이 남아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강정호도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다. 괜찮다”고 전했다. 겉으로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승부욕을 불태웠다. 이택근은 링거를 맞았다가 수액이 잘 흐르지 않아 왼손이 퉁퉁 부은 상태였지만, 훈련 때 오른손만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열의를 보였다. 불편한 손으로 0-0으로 맞선 4회 솔로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강정호 역시 중요한 순간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승리를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염경엽 감독은 컨디션을 관리해주기 위해 선수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는 모습이었다.

홍원기 수비코치는 “선수들이 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다. 코치는 선수들이 잘 해줄 것이라고 믿고 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무한신뢰를 보냈다.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 비록 승패 없이 무승부로 경기는 끝났지만, 결정적인 순간 무너지지 않는 집중력을 보였다는 게 지난해와 또 다른 모습이다.

목동|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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