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홍명보호 데뷔전 테마는 ‘힐링’이었다

  • Array
  • 입력 2013년 7월 22일 07시 00분


20일 동아시안컵 1차전 호주전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소외됐던 선수들이 힐링을 할 수 있는 무대였다. 경기 후 태극전사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는 모습. 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트위터@beanjjun
20일 동아시안컵 1차전 호주전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소외됐던 선수들이 힐링을 할 수 있는 무대였다. 경기 후 태극전사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는 모습. 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트위터@beanjjun
올림픽 탈락 김동섭·윤일록·홍정호
호주전 활약으로 지난 아쉬움 달래
고요한·김영권도 속죄의 투혼 빛나


한국과 호주의 동아시안컵 1차전은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팀 사령탑 데뷔 무대란 점 이외에도 그동안 소외됐던 선수들의 ‘힐링(치유)’의 의미도 담고 있었다. 이 대회를 위해 구성된 제1기 홍명보호에는 이런저런 사연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기에 태극전사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절절했다. 격전이 치러졌던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대표팀 스태프들도 “대부분 선수들이 가슴 속 응어리를 가진 때문인지 엄청난 열정을 보여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 특별했던 상암벌 90분

작년 런던올림픽을 돌이켜보자.

한국축구가 당시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을 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이들이 있었다. 동료들이 올라선 올림픽 남자축구 시상대를 바라보면서 김동섭(성남)-윤일록(서울)-홍정호(제주) 등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이들 3명은 아시아 지역예선을 치르던 올림픽대표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뜻밖의 컨디션 난조와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18명)에서 제외됐다. 특히 한 때 ‘홍명보호 에이스’로 불리던 김동섭은 본래부터 적었던 말수가 훨씬 줄어들면서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주장으로 붙박이였던 홍정호는 부상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감내해야 했다. “성장통이었다. (올림픽 탈락을 계기로) 축구의 절실함을 느꼈다”던 홍정호는 부상만 없었다면 최종 엔트리 1순위였다.

전임 최강희호에서 어려움을 겪은 멤버들도 다수 있었다.

고요한(서울)과 김영권(광저우)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는 동안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비난을 받았다. 고요한은 작년 9월 우즈베키스탄 원정(2-2 무승부) 때 경험 부족으로 날씨와 환경 변화에 따른 축구화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미끄러운 현지 잔디에 수차례 넘어지면서 부진했다. 김영권은 지난 달 이란과 최종예선 최종전(0-1 한국 패)에서 치명적인 실수로 결승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당시 눈물까지 보이며 아쉬운 감정을 보였다.

그래서일까. 20일 호주전 90분은 골 결정력이란 2% 부족함을 제외하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선발 원 톱으로 출격한 김동섭은 후반 36분 교체될 때까지 4차례의 위협적인 슛을 날려 상대 골키퍼(갈레코비치)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좌우 윙 포워드로 나선 윤일록과 고요한은 탁월한 공격 본능을 뽐냈다. 중앙 수비진을 구축해 덩치 큰 호주 공격진을 상대로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홍정호-김영권 라인업도 합격점이었다. 스승의 칭찬이 이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김동섭을 향해 “예전에 비해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는 말로, 수비진에게는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호주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1차전보다는 2차전, 2차전보다 3차전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시간이 갈수록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중국과 대회 2차전(24일 화성종합경기타운)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