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 비법 없다고?… 인비, 좀 알려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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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 3연승 대기록 원동력
라운드당-온그린 때 횟수 단연 1위… 역그립 눈에 띌 뿐 특별한 기술 없어
라인 읽는 감 탁월하고 일관성 유지… “퍼팅의 전설 낸시 로페스보다 낫다”

“박인비에게는 4m 이내면 컨시드(일명 오케이)를 줄 수 있다.” 올해 초까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였던 쩡야니(대만)가 농담처럼 했던 말이다.

올해 US여자오픈 1, 2라운드에서 박인비와 동반 플레이를 했던 현 세계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린 에지에서 한 퍼팅은 대개 홀을 비켜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박인비는 그런 퍼팅을 곧잘 집어넣는다. 공이 홀로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좌절하게 된다.”

1일 제68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시즌 6승과 올 시즌 3차례의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쓸게 된 ‘골프여제’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주무기는 단연 퍼팅이다. 어지간한 거리의 퍼팅은 어김없이 홀로 빨려 들어간다. 먼 거리 퍼팅에서도 좀처럼 스리퍼트를 하는 법이 없다.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도 11∼13번홀 연속 보기로 위기를 맞았던 박인비는 14번홀에서 10.5m 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올 시즌 박인비의 라운드당 평균퍼팅 수는 28.43개로 전체 1위다. 온 그린 시 퍼팅 수 역시 1.702개로 1위다. ‘컴퓨터 퍼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하다.

언론은 물론 동료 선수들도 그에게 퍼팅 비법을 묻곤 한다. 그때마다 그는 “솔직히 특별한 게 없다. 그냥 감각적으로 칠 뿐”이라고 말한다.

그가 한 골프 레슨 프로그램에 나와서 팬들에게 전한 ‘박인비식 퍼팅’은 다음과 같다. 그는 왼손을 오른손 아래로 내려잡는 ‘크로스 핸디드 그립(역그립)’을 쓴다. 이 그립을 하면 손목 움직임이 억제돼 방향성이 좋아진다. 그립은 약하고 부드럽게 잡는다. 가장 센 그립의 강도를 10으로 친다면 2 또는 3 정도의 힘만 준다. 백스윙 할 때 헤드가 지면에 닿을 정도로 최대한 낮추는 게 포인트다. 퍼팅 궤적은 인사이드에서 아웃사이드로 한다. 사실 그리 특별한 게 없다. 그립은 다를지 몰라도 퍼팅 잘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하기 때문이다.

SBS골프채널에서 US여자오픈 해설자로 나섰던 원형중 이화여대 체육학부 교수는 “박인비가 좋은 퍼팅을 하는 것은 스트로크나 템포가 좋아서라기보다는 퍼팅 라인과 브레이크 라인을 읽는 감각이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 교수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박인비는 퍼팅에서도 샷을 할 때도 자신만의 일관성이 있다. 공이 가는 길을 정확하게 읽고 일관성 있게 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기술이 특별하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감(感)이 기가 막힌 것”이라고 했다.

박인비의 퍼팅은 여자 골프의 전설들도 매료시켰다. 2일 NBC스포츠에 따르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43승을 올린 조앤 카너는 “지금까지 낸시 로페스가 최고의 퍼팅을 하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과감했고 종종 긴 퍼팅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박인비가 로페스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LPGA투어에서 47승을 올리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로페스도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박인비의 퍼팅을 보고 있으면 과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건 일정한 퍼팅을 한다.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인비#US여자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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