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마케팅…사직이 동났다

펠릭스 호세.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롯데 간절함 통했다

준우승 1999년 프로모션 ‘사상 첫 용병 마케팅’…자존심 버리고 입장권 파격 할인도

롯데가 프로야구 마케팅 역사에 남을 만한 ‘파격 마케팅’으로 시즌 첫 홈경기 매진을 해냈다. 롯데는 26일 사직 NC전에서 평일임에도 오후 5시30분 2만8000석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8일 사직 삼성전 이후 353일 만의 만원 관중이다. 이로써 롯데는 9개 구단 중 가장 늦게 시즌 첫 홈 매진을 달성했다. 롯데가 개막전과 어린이날조차도 못했던 매진을 이뤄낸 원동력은 절실함에서 나온 기발한 기획력이었다.

● 흥행 위기, 자존심 버리고 파격할인으로 돌파!

25일까지 롯데의 흥행성적은 심각했다. 홈 29경기를 치르는 동안 관중은 40만633명이었다. 평균관중은 1만3815명이었는데, 지난 시즌 같은 기간(2만742명)에 비해 30%나 감소했다. 지난 시즌에는 전반기에만 13차례 매진이 나왔지만, 올 시즌에는 1경기도 없었다.

여기서 롯데가 꺼내든 반전 카드는 파격할인이었다. 이미 무료입장 프로모션도 있었던 한국프로야구에서 할인판매는 특별하지 않다. 롯데도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는 ‘챔피언스 데이’ 행사를 열어 반값에 입장권을 팔았다. 그러나 26일 챔피언스 데이가 파격이었던 것은 1·3루 내야석 가격을 2000원까지 낮춘 것이다. 나머지 좌석은 반값에 판매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장사가 된다’는 사직구장이 콧대를 낮춘 것이다.

이밖에 사직구장에 위치한 롯데 계열사의 햄버거와 커피 일부 품목도 26일에 한해선 2000원에 팔았다. 야구장 내 삼겹살은 1만9900원에 판매했다. 1999시즌 기념 프로모션이라는 점에 착안해 가격대를 맞춘 것이다. 또 1999시즌의 주역인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용병 타자 펠릭스 호세를 추억하는 1999시즌 버전의 한정판 유니폼 99벌을 내놓았다.

● 호세, 2013년 다시 롯데를 구하다!

이날 롯데의 ‘응답하라 1999 챔피언스 데이’ 행사는 2가지 면에서 역대 유례를 찾기 힘든 마케팅 기법이었다. 첫째, 우승이 아닌 준우승 시즌인 1999년을 추억하는 프로모션을 기획한 점이다. 둘째, 한국을 떠난 추억의 용병을 활용한 초유의 마케팅이라는 점이다. 부산 팬들에게 각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호세가 주인공이었기에 가능한 아이디어였다. 21일 입국한 호세는 야구교실, 팬 사인회 등으로 붐을 일으켰고 26일에는 시구와 방송해설까지 맡았다. ‘호세 마케팅’은 적중해 예매분 2만5000장이 동났고, 현장판매분 3000장도 금세 매진됐다.

주형광, 마해영, 박지철 등 1999년 당시의 팀 주역들도 이날 함께 자리를 해 의미를 더했다. 그런데 정작 롯데 선수들이 이날 입은 유니폼은 1999년이 아니라 그 이전 버전의 유니폼이었다. 미처 1999년 유니폼 하의까지는 준비하지 못한 탓이었다. 롯데가 이날의 프로모션을 얼마나 급박하게 기획하고, 얼마나 절박하게 매진을 원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행히 롯데는 이날 간판스타 강민호의 8회말 결승 우월솔로홈런에 힘입어 지역 라이벌 NC에 3-2 역전승을 거두고 축제의 화룡점정을 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