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인치환 “라이벌 이명현? 내가 한 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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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7일 07시 00분


경륜전문가들은 동호인 출신의 인치환이 최고의 선수가 된 비결로 훈련을 즐기는 태도를 꼽는다. 도로훈련 중 익살스런 포즈를 취한 표정에서 자전거 사랑이 느껴진다. 사진제공|인치환
경륜전문가들은 동호인 출신의 인치환이 최고의 선수가 된 비결로 훈련을 즐기는 태도를 꼽는다. 도로훈련 중 익살스런 포즈를 취한 표정에서 자전거 사랑이 느껴진다. 사진제공|인치환
■ 부상 복귀 앞둔 ‘훈남 승부사’ 인치환

경륜은 내 운명…군대 후임 덕분에 입문
상승세 비결은 훈련으로 다져진 조종술
박종현선배처럼 몸관리…롱런하고 싶다


말간 피부, 생글생글한 눈웃음, 깔끔한 스타일과 정중한 말투.

첫인상은 0.001초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살벌한 승부와는 거리가 먼 멋진 훈남이었다. 물론 바지가 터질 듯 부푼 근육질의 허벅지를 보기 전까지는.

23일 서울 목동의 커피숍에서 만난 인치환(30·17기). “오전에 예비군 훈련을 갔다왔다”는 말과 함께 의자에 앉는 그의 허리에 눈길이 갔다. 인치환은 1분기 MVP로 선정될 정도로 잘나가다가 최근 허리를 다쳐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그는 부상으로 21일 스포츠동아배대상경륜도 결장해 2회 연속 대상 우승의 꿈도 접어야 했다. 요즘 컴백 준비에 한창인 인치환을 ‘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에 초대했다.

- 스포츠동아배에 출전 못했는데.

“욕심이 화근이었다. 대상경주를 위해 연습하다 허리를 삐끗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입소 날 근육통이 심해 출전을 포기했다. 다치기 전까지 몸 상태가 좋았는데 아쉬웠다.”

- 언제쯤 컴백할 수 있나.

“침을 맞고 물리치료도 꾸준히 해 많이 좋아졌다. 통증이 미세하게 남아있긴 한데 재활에 집중하면 5월 초에는 다시 뛸 수 있을 것 같다.”

- 비선수 출신으로 유명한데 어떻게 경륜에 입문하게 됐나.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정말 좋아했다. 대학(수원대 사회체육학과)에서는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사이클 대회 일반부문 우승도 했다. 경륜선수를 준비하다 입대한 손용호(28·16기)를 군대 후임병으로 만난 게 전환점이 됐다. 그를 통해 경륜을 알고 좋아하는 자전거를 직업을 삼을 수 있다는 희망에 가슴이 벅찼다. 제대 후 휴학하고 경륜선수 후보생이 됐다”

- 초기 힘만 좋은 선수라는 평가가 따라다녔는데.

“훈련원을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선수출신이 아니어서 주행기술과 경기운영능력이 부족했다. 경주에서 무조건 치고나가는 선행 밖에 몰라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종종 역전을 허용했다.”

- 올해는 다치기 전까지 ‘인치환 시대’라고 불릴 만큼 상승세였는데 비결은.

“딱 꼬집어 한 가지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훈련으로 조종술이 많이 늘었고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운영능력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다.”

-이명현과 비교되며 라이벌로 불리는데.

“내가 한 수 아래다. 처음 이명현을 봤을 때, 경륜의 신처럼 느껴질 만큼 완벽했다. 지금은 이명현이 부상(기흉) 후유증으로 주춤하지만 곧 기량을 되찾을 것이다. 나은 점? 파워는 내가 좀 앞서지 않을까.”

- 잊혀지지 않는 경주가 있다면.

“반 바퀴 남을 때까지 활로가 막혀 있었는데 앞의 두 선수 사이 빈 틈이 크게 보였다. 몸싸움도 약한 내가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가 우승했다. 경기 후 동영상을 보면서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라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평소 같으면 충돌과 낙차 위험에 엄두도 못 낼 작전이었다. 다시는 그렇게 못 탈 것 같다. 대상 우승보다 그 경주가 더 기억에 남는다.”

- 선수로서의 꿈은.

“마흔을 훌쩍 넘긴 박종현(6기·45) 선배가 특선반에서 선행으로 우승하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박 선배처럼 몸관리를 잘해 노장이 돼도 멋진 강공을 펼치며 롱런하고 싶다. 은퇴시기? 마음 같아선 환갑 넘어도 뛰고 싶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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