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SK 감독(42)은 사석에서 전창진 KT 감독(50)을 “창진이 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전 감독과 초등학교 중학교 동기인 유재학 모비스 감독(50)에게는 “감독님”이라고 한다. 유 감독이 “감독님은 무슨 감독님이냐, 사석에선 그냥 형이라 불러라”라고 얘기해도 “형”이란 말이 선뜻 안 나온다.
연세대 선후배이자 사제지간인 유재학 모비스 감독(왼쪽)과 문경은 SK 감독이 13일부터 시작하는 2012∼201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다. KBL 제공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유 감독과 문 감독은 사제(師弟) 사이다. 문 감독이 연세대 2학년이던 1991년에 유 감독이 모교인 연세대 코치로 부임해 3년 동안 문 감독을 가르쳤다. 사제의 인연은 프로까지 이어져 2001∼2002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SK 빅스와 전자랜드에서 감독과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다. 유 감독은 “이제 공석에서는 ‘문 감독’이라 불러야 하는데 아직도 ‘경은아’ 하고 튀어나올 때가 있다”고 했다.
동문 선후배이자 사제지간인 두 감독이 13일부터 시작하는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맞붙는다. 프로 사령탑 16년차인 유 감독은 정규리그 역대 최다승(425승) 기록을 갖고 있는 명장이다. 1만 가지 전술을 머릿속에 넣고 다닌다고 해서 ‘만수(萬手)’라는 별명이 붙었다. 문 감독은 정식 감독 1년차의 초짜 사령탑이다. 지난 시즌 감독대행으로 프로 사령탑에 데뷔했고 이번 시즌에 대행 꼬리표를 뗐다. 하지만 문 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은 스승이 지휘하는 모비스(2위)를 제치고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놨다. 정규리그 역대 최다승(44승) 타이기록도 세웠다. 문 감독은 “경험이 없다는 게 단점이지만 우리는 무서울 게 없다. 물불 안 가리고 들이댈 생각이다. 정규리그도 그렇게 해서 우승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프로농구 대세’ 김선형(SK·오른쪽)과 ‘베테랑’ 양동근(모비스)의 가드 싸움이다. KBL 제공양 팀의 가드 싸움도 볼거리다. 2006∼2007, 2009∼2010시즌 모비스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양동근은 경기 조율 능력이 당대 최고라고 평가받는 베테랑 가드다. 데뷔 2년차인 SK 가드 김선형은 이번 시즌 5차례 뽑은 월간 최우수선수(MVP)를 3번이나 차지한 ‘프로농구 대세’다. 한 시즌에 월간 MVP를 세 차례 수상한 건 프로농구 출범 후 김선형이 처음이다. 김선형은 “동근이 형은 나의 롤 모델이었다. 형의 모든 걸 빼앗아 오고 싶다”고 했다.
포워드 최부경(SK)과 가드 김시래(모비스)의 신인 대결도 관전 포인트의 하나다. 이번 시즌 전 경기(54경기)를 뛴 둘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때 김시래가 전체 1순위, 최부경이 2순위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는 최부경(평균 8.5득점, 6.4리바운드, 1.8도움)이 팀 기여도와 개인 성적에서 앞서 신인왕 후보 1순위로 꼽힌다. 김시래는 평균 6.9득점, 2.7리바운드, 3도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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