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심 척추’ 그녀, 쩡야니 끌어내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9일 03시 00분


LPGA 도널리 역전우승 루이스, 美선수 두번째 세계 1위 등극
측만증 대수술 딛고 인간승리

17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장(파72·658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RR 도널리 파운더스컵 3라운드.

선두 미야자토 아이(일본)를 추격하던 스테이시 루이스(28·미국)에게 뜻밖의 사태가 발생했다. 캐디 트래비스 윌슨이 16번홀에서 벙커에 빠진 공을 살펴보다 모래를 밟은 것. 이는 벙커 모래의 성질을 파악한 행위로 간주돼 루이스는 2벌타를 받았다. 2타만 뒤져 있어야 할 스코어가 3라운드를 마쳤을 때는 4타 차로 벌어져 있었다.

어떤 골퍼라도 화가 날 만했다. 캐디에게 즉시 해고 통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루이스는 캐디에게 화도 내지 않았다. 루이스는 “윌슨이 고의로 그런 게 아니었다. 만약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모든 비난의 화살이 그에게 쏟아질 게 뻔했다. 그래서 그가 안쓰러웠을 뿐이다”라고 했다.

18일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루이스와 윌슨은 의기투합했다. 하루 전의 2벌타 사건은 그들에게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됐다.

이날 루이스는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루이스는 이날 1타를 줄이는 데 그친 미야자토(20언더파 268타)에게 3타 차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우승 후엔 또 다른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회 직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9.75점을 받아 109주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던 쩡야니(대만)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선 것. 2006년 여자 골프에 세계 랭킹이 도입된 후 미국 선수가 1위에 오른 것은 2010년 크리스티 커에 이어 두 번째다. 루이스는 “지난해 중반부터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렇게 빨리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루이스는 열한 살 때 허리뼈가 휘는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고 청소년기 내내 척추교정기를 끼고 살았고, 고등학교 졸업반 때는 척추에 5개의 철심을 박는 수술까지 받았다. 그런 몸으로 2011년 4월에는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LPGA 우승을 이뤘고, 지난해에는 4승을 거두며 올해의 선수상도 받았다. 그리고 이번 우승으로 세계 1위 자리에까지 오르며 인간 승리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스테이시 루이스#척추측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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