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인사이드] ‘LA 프리웨이’ 월드시리즈 가능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2월 27일 07시 00분


50km 거리 이웃 다저스-에인절스 우승후보
프리웨이시리즈 찬스…PO 동시진출 두번뿐

다저스, 커쇼·그레인키 등 마운드 리그 최강
푸홀스·켄드릭의 에인절스 타격은 한수 위
양팀 불펜·마무리 불안요소 승패 좌우할듯


LA 다운타운 인근에 위치한 다저스타디움에서 미 서부지역의 남북을 관통하는 5번 프리웨이를 타고 31.4마일(약 50km) 남쪽으로 내려가면 에인절스타디움에 도달한다. 오프시즌 동안 큰 손으로 나선 LA 다저스와 LA 에인절스의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다저스는 1988년 이후 25년 만에 정상 등극을 꿈꾸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최대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2차례나 우승하는 모습을 씁쓸하게 지켜봤던 터라, 다저스 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에인절스는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배리 본즈가 이끌던 자이언츠와의 7차전 혈투는 지금까지도 LA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지고 있다가도 경기 중반이면 대형 스크린에 등장하는 원숭이의 응원에 힘입어 끝내 역전에 성공하는 ‘랠리 몽키’의 신화는 전설로 남아있다.

○1997년 시작된 ‘프리웨이 시리즈’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프리웨이 시리즈는 1997년 처음 시작됐다. 시즌 개막 직전 두 팀은 3차례 시범경기를 꾸준히 치러왔지만, 인터리그가 도입되면서 정규시즌에서 대결을 처음 펼치게 된 것이다. 첫 해는 다저스가 4전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렸지만 1998년에는 에인절스가 3승1패로 우세를 보였다. 1999년부터는 6차례씩 경기를 펼쳤는데 16년 동안 종합성적은 에인절스가 54승38패로 크게 앞서있다.

지금까지 두 팀이 모두 플레이오프에 나간 것은 2004년과 2009년, 2차례다. 2004년에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에인절스가 보스턴 레드삭스에 3연패를 당했고, 다저스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1승3패로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2009년은 프리웨이 월드시리즈가 거의 성사될 뻔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에인절스는 레드삭스를 3경기 만에 물리쳤지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 2승4패로 패했다. 내셔널리그 1번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다저스는 카디널스를 역시 3경기 만에 제압하고 내셔널리그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안정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1승4패로 무너져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마운드의 팀 다저스, 방망이의 팀 에인절스

전통적으로 다저스는 마운드가 탄탄하고, 에인절스는 화끈한 방망이를 앞세우는 팀이다. 두 팀 모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2013시즌도 예외는 아니다.

2011년 NL 사이영상 수상자 클레이튼 커쇼와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잭 그레인키가 원투펀치로 나서는 다저스 선발진은 워싱턴 내셔널스와 함께 최강을 다투고 있다. 새로운 ‘코리안 특급’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해준다면 영원한 숙적 자이언츠의 벽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이밖에 조시 베켓, 채드 빌링슬리, 테드 릴리, 애런 하랑, 크리스 카푸아노 등 풍부한 선발 자원을 보유한 것도 다저스만의 강점이다.

에인절스는 2년 연속 20승 이상에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제러드 위버와 좌완 CJ 윌슨으로 원투펀치를 구성한다. 그러나 윌슨은 지난 시즌 후반기 방어율 5.54로 부진했고, 10월에는 팔꿈치 뼛조각제거수술을 받았다. 제이슨 바가스, 토미 핸슨, 조 블랜튼으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의 무게감은 다저스보다 한 수 아래다.

두 팀 모두 선발진에 비해 불펜이 다소 취약한 편이다. 특히 마무리투수에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다저스는 브랜든 리그를 마무리로 선택했다. 줄곧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리그는 2012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37세이브를 올리며 주목 받았다. 그러나 지난 2년간 11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좌타자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우타자 상대로 0.209의 피안타율을 기록한 데 반해 좌타자에게는 0.292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라이언 매드슨을 마무리로 낙점한 에인절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11년 필리스에서 32세이브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맞았지만, 지난 시즌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아 단 1경기에도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타력과 수비에선 에인절스가 다저스보다 한 수 위다. 앨버트 푸홀스∼하위 켄드릭∼에릭 아이바르∼알베르토 카야스포로 이어지는 에인절스의 내야진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반면 다저스는 유격수가 구멍이다. 핸리 라미레스가 주전으로 나서게 되는데 타력에 비해 수비 실력이 형편없다. 디 고든은 수비력이 뛰어나고 발이 빠르지만 타력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칼 크로퍼드∼매트 켐프∼안드레 이디어로 이어지는 다저스와 마크 트라우트∼피터 보조스∼조시 해밀턴의 에인절스 외야진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과연 5번 프리웨이를 오가는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월드시리즈는 성사될 수 있을까. 오랜 기간 우승 가뭄에 목이 말라 있는 LA 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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