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임창용 “돈보다 기회… ML 설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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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와 2년 최대 54억… 계약서 사인 위해 미국행
후지카와와 마무리 경쟁 예고

“돈요? 많으면 좋지만 구애받진 않아요. 많으면 많이 쓰면 되고, 없으면 적게 쓰면 되죠.”

임창용(36·전 야쿠르트)은 ‘쿨’한 남자다. 야구에 대해서도 그렇고, 돈에 대해서도 그렇다. 일본에서 뛸 때 그는 비시즌이면 예전 한국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나 후배들을 일본으로 초청하곤 했다. 그들을 최고급 호텔에서 재우고 용돈도 줬다.

올 초 야쿠르트의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시원시원했다.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돈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적당히만 주면 (일본 잔류보다는) 메이저리그를 먼저 고려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은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한국에서는 야구를 할 만큼 했다. 일본에서도 5년째 뛰고 있으니 충분히 할 만큼 했다. 이제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그랬던 임창용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와 입단에 합의한 임창용은 계약서에 사인하기 위해 13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년(1+1년)’에 최대 500만 달러(약 54억 원)를 받는 조건이다. 1년 후 양측 모두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임창용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하긴 했지만 올해 팔꿈치 부상으로 7월 수술을 받았다. 일러야 내년 7월 이후에나 복귀할 수 있다. 나이도 내년이면 37세가 된다. 이런 이유로 야쿠르트는 시즌이 끝난 후 미련 없이 임창용을 방출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보였던 그의 구위에 매력을 느낀 메이저리그 구단이 여럿 됐다. 컵스를 포함해 5개 팀이 임창용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임창용은 심사숙고 끝에 컵스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선택 기준은 돈이 아니었다.

임창용의 에이전트인 박유현 씨는 “돈으로만 따지면 컵스는 5개 팀 중 밑에서 2번째였다. 훨씬 많은 돈을 제시한 팀이 있었지만 컵스는 임창용의 재활부터 향후 활용 방안까지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했다. 창용이도 돈보다는 기회를 원했다”고 말했다. 재활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임창용은 이번 오프시즌에 컵스와 2년 950만 달러(약 102억 원)에 계약한 일본인 투수 후지카와 규지(전 한신)와 마무리 경쟁을 벌이게 된다.

임창용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진 값진 성과다. 정확히 10년 전 임창용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그해 역대 개인 최다승인 17승(6패)을 거둔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지만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에서 65만 달러(약 7억 원)라는 초라한 금액을 제시받고 국내 잔류를 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먼저 임창용을 모셔가기 위해 나섰다.

임창용은 “꿈이 현실로 이뤄져 무척 기쁘다. 미국에서도 내 이름에 걸맞은 야구, 팬에게 즐거움을 드리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창용은 한국에서 13시즌 동안 104승 66패 168세이브, 평균자책 3.25를 기록했고, 일본에서는 5년간 11승 13패 128세이브, 평균자책 2.09의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임창용#시카고 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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