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섭 “미셸위와 대결이 날 슬럼프로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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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9일 07시 00분


시즌 2승을 거두며 알찬 시즌을 보낸 김대섭이 후원사인 경기도 여주군 아리지 골프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영로 기자
시즌 2승을 거두며 알찬 시즌을 보낸 김대섭이 후원사인 경기도 여주군 아리지 골프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영로 기자
한국오픈의 사나이 김대섭…그의 골프인생은 지갈길이었다

“성대결 비거리 의식 엄청나게 세게 쳐
그 후 장기인 정교한 드라이브샷 망쳐
옆에서 버텨준 아내 덕에 슬럼프 탈출
제대후 우승…군이 ‘강한남자’ 만들어
한국오픈 우승하니 반찬이 달라졌어요”


김대섭(31·아리지CC)이 프로 데뷔 이후 가장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8월 군 제대 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과 한국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당당히 남자골프 1인자로 우뚝 섰다.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됐지만 그에게도 씁쓸했던 과거가 있었다. 김대섭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미셸 위와의 성대결

2006년 5월, 김대섭은 특별한 경험에 도전했다.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에서 10대 천재 골프소녀로 이름을 날리던 미셸 위(22·나이키골프)와 성대결을 펼쳤다. 김대섭이 자진한 일이다.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골프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오전 일찍 경기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구름관중이 몰려왔다. 팬들에게는 즐거운 볼거리가 됐다. 그러나 김대섭에게는 씁쓸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엄청 세게 쳤던 기억밖에 없다. 미셸 위보다 (드라이브샷 거리가) 덜 나갈까봐 정말 세게 쳤다.”

장타보다는 정교함이 특기인 김대섭에게는 꽤나 신경 쓰였던 대회다. 안타깝게도 그날 이후 그의 정교한 드라이브 샷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어진 메리츠 솔모로오픈에서는 황당한 실수까지 저질렀다.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당하고 말았다.

“솔직히 나에게 화가 났다. 경기가 끝난 뒤 클럽하우스까지 걸어오면서 혼자 눈물을 흘렸다. 실수도 실수지만 내 자신이 싫었다.”

슬럼프는 그렇게 찾아왔다. 그에겐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 사이 결혼까지 한 김대섭에게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별별 얘기를 다 들었다. ‘일찍 결혼해서 그렇다. 배가 불렀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등 정말 심한 말을 많이 들었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데는 아내의 힘이 컸다. “아내에게 고맙다. 그런 말을 아내도 들었을 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잘 견뎌준 게 고맙다.”

○2년 만의 우승, 그리고 군 입대

김대섭은 2008년 8월 KEB 외환은행 한중투어 2차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옛 모습을 되찾았다. 거의 2년 만이다. 우승 뒤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 화제가 됐다.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지금도 매니지먼트사에 가면 당시 울고 있던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지금 보면 웃음이 나온다. 그런 슬럼프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영광도 잠시. 그는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바로 군 문제였다. 그때 나이 29세였다.

“솔직히 군대 가는 게 두려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너무 잘됐다. 군에 가기 전까지는 성격적으로 모난 부분이 많았다. 군대에서 단체 생활을 하면서 생각 자체가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나를 돌아보고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두려웠던 군대는 오히려 김대섭을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변화는 제2의 전성기로 이끌었다.

“첫 대회에서 공동 16위, 두 번째 경기에서 컷 탈락했다. 두 번째 경기가 끝나고 나서 조금 서두르는 게 눈에 보였다. ‘아,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다시 내 스타일을 찾으려 노력했다.”

8월 제대한 김대섭은 딱 3주 만에 우승했다. 김대섭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한국오픈 우승 뒤 반찬이 달라졌다

한국오픈은 김대섭을 스타로 만든 대회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2번(1999년, 2001년)이나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다. 프로가 돼서도 꼭 한번 우승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우승하고 싶은 마음은 절실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

이번엔 달랐다. 연습라운드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흔히 말하는 ‘그분’이 왔다.

“첫날 핀 위치가 어려웠다. 그런데 1오버파로 끝내면서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마추어 시절 2번이나 우승하면서 좋은 인연을 맺고 있었기에 마음도 편했다.”

우승으로 크고 작은 변화도 생겼다. 가장 먼저 ‘한국오픈 사나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한국오픈에서 3승 이상을 차지한 선수는 단 3명 뿐. 한장상(7회)과 대만의 사영욱(3승), 그리고 현역 선수로는 김대섭이 유일하다. 집에서도 대접이 달라졌다. 그럴만한 게 우승상금이 자그마치 3억원이나 됐다.

“아내의 대접이 확실하게 달라졌다. 군대에 있을 때는 풀만 먹었던 것 같은데 우승하고 나니 반찬이 달라졌다. 하하하.”

김대섭의 굴곡 많은 골프인생은 9일 오후 6시 종합편성채널 채널A ‘스포츠 베토벤’에서 방송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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