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투수 조련의 달인’ 김시진 택했다

  • 동아일보

3년 12억에 감독 계약… 투수코치는 정민태 영입

롯데 선수시절의 김 감독 롯데에서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의 김시진 감독. 동아일보DB
롯데 선수시절의 김 감독 롯데에서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의 김시진 감독. 동아일보DB
“내 감독 인생의 마지막 승부라 생각하고 부딪쳐 보겠다.”

김시진 전 넥센 감독(54)은 5일 롯데의 새 사령탑으로 전격 선임된 뒤 이렇게 말했다. 9월 17일 올 시즌 15경기를 남기고 감독에서 중도 하차한 지 49일 만이다.

롯데 구단은 이날 김 전 감독을 제15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전 감독이 지도자로 오랜 경험과 선수 육성 능력을 갖춰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다는 것이다. 3년 계약에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 12억 원.

김 감독은 ‘구도(球都)’ 부산을 연고로 한 롯데 사령탑이 된 게 가슴 설레면서 의욕이 생긴다고 했다. “롯데는 좋은 선수와 열성적인 팬을 갖고 있다. 선수들과 많은 땀을 흘리고 능력의 최고치를 내도록 만드는 게 내 몫이다.”

투수 김시진의 현역 시절은 파란만장했다. 1983년 삼성에 입단해 5년 연속 두 자리 승리를 챙기며 팀의 에이스로 활동했다. 1985년과 1987년 다승왕에 올랐다. 그러나 1989년 롯데로 트레이드된 뒤 4시즌 동안 13승을 거두고 1992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통산 성적은 124승 73패 16세이브에 평균자책 3.12.

지도자 김시진은 ‘투수 조련사’였다. 1993년 태평양 코치를 시작으로 현대 투수코치(1996∼2006년)를 맡아 임선동 김수경 등을 키워냈다.

2006년 11월 현대 감독으로 첫 사령탑이 됐지만 이듬해 팀이 해체됐다. 2008년 10월 우리(현 넥센) 감독으로 복귀해 올 시즌에는 한때 넥센을 선두에 올려놓기도 했지만 후반기 6위로 성적이 떨어지면서 결국 지휘봉을 놓았다. 하지만 친형처럼 선수단을 이끄는 능력을 롯데가 인정하면서 다시 감독직을 맡게 됐다.

김 감독이 롯데의 새 사령탑을 맡으면서 롯데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투수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애제자였던 정민태 전 넥센 코치도 이날 롯데 1군 투수코치로 영입됐다.

롯데는 야구 열기가 가장 뜨거운 부산을 연고로 하고 있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재계약을 못한 것도, 양승호 전 감독이 끝내 자신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도 최고 인기 구단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 감독직이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감독 역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부산 야구팬이 1992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말라 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구단과 롯데 팬 모두 우승을 원하는 걸 안다. 내가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뛴 게 1992년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해다. 그때 같은 마음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롯데 자이언츠#감독#김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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