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LG의 야구모독? SK의 비매너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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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4일 07시 00분


9회말 투수대타 논란…LG·SK 누구 잘못?

김기태 “SK 불펜운용 우리팀을 기만”
이만수 “겨우 3점차…야구관 다른것”
“이유불문 김감독 경기포기는 팬 무시”


LG의 ‘야구모독’인가, SK의 ‘비(非)매너 야구’인가. 12일 잠실 SK-LG전 9회말. 0-3으로 뒤진 LG 김기태 감독은 비정상적인 대타 기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사 2루서 SK가 이재영을 내리고, 마무리투수 정우람을 올리자 박용택을 빼고 신인투수 신동훈을 타석에 세운 것이다. LG 조계현 수석코치가 김 감독을 만류하는 장면도 고스란히 중계화면에 잡혔다.

결국 신동훈은 타격의사 없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경기 종료 직후 무성한 추측들이 꼬리를 문 가운데 13일 김 감독이 입을 열었다.

○LG 김기태 감독, “놀림당하고 기만당했다”

김기태 감독이 가장 먼저 문제를 삼은 것은 SK의 투수기용 방식이었다.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살려놓고 다시 죽이는 상황으로 생각했다. ‘우리를 어떻게 보면 저 팀이 그렇게 나오느냐’고 선수들한테 그랬다. 오기를 심어주고 싶었다. 내 가족들의 자존심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이렇게라도 (우리 팀과 상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SK는 3-0으로 앞선 8회말 1사 후 선발 윤희상을 내리고 셋업맨 박희수를 투입했다. 박희수는 9회말 1사 후 이재영으로 교체됐다. 이때부터 김 감독의 심사는 뒤틀렸다. 취재진을 향해 “박희수와 이재영 중 어느 쪽이 더 확률 높은 투수인가?”라는 반문을 던졌다. 이재영이 2사 후 정우람으로 교체되자 김 감독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동물도 이렇게 갖고 놀면 안 된다. 놀림당하고 기만당했다”는 격한 표현이 이어졌다. 이어 “전쟁에서 죽어가면서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방법도 쓰지 않나. 게임은 지더라도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결정에 후회는 없지만, 팬들에게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격정 토로 직후 SK 이만수 감독은 “아니 3점차인데 뭐가 죽어가는 상황인가. 우리는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 야구관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뿐이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SK 벤치에 대한 누적된 불만 폭발?

대다수의 야구인들은 “사실 12일 경기만 가지고 김기태 감독의 반응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SK의 12일 투수운용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는 의견이다. 그것보다는 “쌓여온 감정이 폭발한 것”이라는 편이 야구계의 중론이다. 김 감독 역시 13일 “어제 일만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 모 코치는 “사실 어제의 투수교체만 놓고 보면, 크게 무리는 없었다고 본다. SK가 예전부터 타 팀들과 감정이 좋지 않았고, 시즌 초 이만수 감독의 세리머니 등이 상대를 자극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 역시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는데, 막 눈앞에서 그러면 어떠실 것 같아요. 사람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만수 감독이 대선배님이신데…. 메이저리그라고 하면 다 아시잖아요. 어떤 식으로 (야구) 하는지…” 등의 말로, 과도한 세리머니를 비롯해 그간 감정의 골이 생겼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유를 불문하고, 팀 패배를 담보로 한 김 감독의 신인투수 대타 카드는 사령탑으로서 무리수였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힘들다. SK 또는 이 감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방식이 그동안 김 감독 스스로 쌓아온 ‘소통형’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것이 야구계의 중론이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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