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병용 “날 일으켜 세운 고마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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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0일 07시 00분


채병용. 스포츠동아DB
채병용. 스포츠동아DB
2009년 10월24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 팔꿈치가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도 마운드에 오른 채병용(30·사진·SK)은 결국 나지완(KIA)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그 마지막 공에 대한 회한은 사나이 가슴에 멍 자국으로 남았다. 하지만 운명은 얄궂기만 하다. 이번에는 KIA가 제물이 됐다. 채병용(30·SK)은 18일 문학 KIA전에 선발등판해 6.2이닝 4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며 1156일 만에 승리투수의 감격을 맛봤다. 2009년 가을잔치 때처럼 나지완에게 홈런 한방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승리의 여신이 채병용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참 희한하죠. (KIA도) 그냥 8개 팀 중 1개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래도 (KIA와의 경기는) 멘탈을 더 강하게 먹고 들어가게 돼요. 지완이에게는 1·2번째 타석에서 빗맞은 안타를 맞아서 3번째에는 오기가 생겼어요. 그래서 욕심을 내다가 맞은 것 같아요. 역시 3개는 무리라니까.”

약 3년 만의 승리에 곳곳에서 축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채병용은 “혼자서 하라면 못하죠. 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라며 공을 돌렸다. 공익근무요원 시절, 채병용보다 더 큰 등치로 그에게 채찍질을 가하던 씨름 선수 출신의 개인트레이너, 어려울 때 정신적으로 힘이 됐던 아내, 그리고 SK의 코칭스태프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경태(37·퓨처스재활코치) 코치님은 직접 공까지 받아주셨어요. 김원형(40·퓨처스루키투수코치) 코치님은 밸런스를…. 김상진(42·퓨처스투수코치) 코치님은 팔 스윙을 많이 잡아주셨지요.”

재활군, 3군, 2군을 거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애정 속에서 부활의 날갯짓이 미동을 시작하고 있었던 셈이다. 채병용은 “시즌 끝날 때까지 안 아프고, 잘 던져야 그 분들께서 더 뿌듯해 하실 것”이라며 보은의 답을 내렸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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