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명랑 권총소녀’ 스무살 장미는 흔들리지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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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미 女 25m 권총 金 명중


▲동영상=사격 김장미 결승 다시보기
“코치님, 우리 족구 한 판 해요.”

어느새 옆구리에 축구공을 끼고 나타났다. 얼굴은 생글생글 미소 가득이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인데도 긴장하는 기색 하나 없다. 런던 올림픽선수촌이 제 집인 양 언제나처럼 웃고 떠든다. 천하태평, 여유만만.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어” 하면서도 다들 그러려니 한다. 그게 바로 ‘명랑 권총 소녀’ 김장미(20·부산시청)의 모습이니까.

김장미는 올해 혜성처럼 사격계에 이름을 알렸다. 원래 소총 선수였다가 중학교 3학년 때 권총으로 전향했고 올해 처음 성인 무대에 출전했는데 바로 ‘사고’를 쳤다. 1월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10m 공기권총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3개월 뒤인 4월 열린 런던 프레올림픽 25m 권총에서는 세계신기록(796.9점)을 쏘며 우승했다. 이번 런던 올림픽 금메달은 ‘깜짝 우승’이라기보다는 ‘예고된 우승’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그는 운동신경을 타고났다. 어머니 정향진 씨는 “장미가 여섯 살쯤이었을 때였어요. 달리기를 하는데 키도 작은 애가 얼마나 빠른지 깜짝 놀랐어요”라고 했다. 초등학교 땐 육상 선수로 대회에 나가 메달도 몇 개 땄다.

어머니는 딸을 보통 여자아이처럼 예쁘게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피아노 학원엘 보냈는데 오래가질 않았다. 김장미는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길 싫어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치마를 거부하더니 5학년 때부터는 합기도를 배웠다. 사격은 인천 부광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학교의 사격 코치는 부상을 우려해 합기도를 못하게 했는데 그는 거짓말을 하고 합기도장을 다녔다. 합기도 선수로 대회에 나가서도 메달을 여러 개 땄다.

중고교 시절 여자 친구보다는 남자들과 놀기를 좋아했다. 여자 친구들이 피구를 하는 동안 그는 남자들과 어울려 축구를 했다. 정 씨는 “그렇게 몸을 가만두지 않는 애가 정적인 운동인 사격에 한번 심취하자 온몸과 마음을 바쳐 열심히 하더라”고 했다. 유일하게 사격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연습하라고 안 보내줘서”라는 게 이유였다.

김장미는 지난달 30일 열린 런던 올림픽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는 뼈아픈 실패를 맛봤다. 시리즈당 10발씩 4시리즈를 쏘는 이 종목에서 3시리즈까지 순항하다 4번째 시리즈에서 부진하며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충격이 클 만도 했건만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이튿날부터 다시 ‘명랑 소녀’로 돌아와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김장미의 꿈은 활동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거였다. 경호원, 경찰 특공대, 군인, 강력계 형사 등등이다. 그랬던 ‘왈가닥 소녀’는 첫 올림픽 출전에서 올림픽 신기록과 함께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무 살 김장미의 사격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채널A 영상] 김장미 선수 어머니 인터뷰 “우리 애가 ‘4차원’이라고요?”

런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장미#사격#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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