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한성구 ‘핵잠수함’ 무너뜨리다… 김병현 상대 3타점 맹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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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넥센 꺾고 3연패 탈출

몸놀림이 둔한 포수를 원하는 팀은 없었다. 재능은 평범해 보였고 몸은 뚱뚱했다. 그나마 가능성을 인정받은 건 방망이 솜씨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지명 받지 못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렇지만 그는 야구가 절실했다. 살을 빼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었다. 110kg이 훌쩍 넘던 몸무게를 몇 개월 만에 25kg이나 감량했다.

살을 뺀 뒤 그는 KIA에 테스트를 자청했다. 결과는 합격. 그렇게 지난해 KIA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가 올해 정식 계약 선수가 됐다. 연봉은 2400만 원.

하지만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한 그의 집념은 놀라웠다. 선동열 KIA 감독은 그를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녀석”이라고 표현한다. 선 감독은 “올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오전 5시에 아침 운동을 나갔는데 한 선수가 인사를 꾸벅 하더라. 새벽까지 술을 먹을 줄 알았는데 러닝을 하고 있었다. 이후에도 새벽 운동을 나갔다가 그 녀석을 여러 번 봤다”고 했다.

바로 그였다.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2개나 낀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넥센)을 무너뜨린 것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KIA전. 무명인 한성구는 이날 7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직전까지 4경기에 대타나 대수비로 나와 11타수 6안타를 친 그를 선 감독이 깜짝 발탁한 것이다.

2회 첫 타석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김병현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스윙을 했다. 그의 방망이는 1-0으로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3회에 터졌다. 2사 만루 상황에서 김병현의 2구째 직구를 밀어 쳐 우익수 키를 넘기는 3타점 2루타를 쳐낸 것. 5회 3번째 타석에서는 볼넷까지 골랐다. KIA는 이날 4타수 3안타 3타점을 친 한성구의 맹타에 힘입어 넥센을 9-6으로 꺾고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났다. 김병현은 5이닝 7안타와 5개의 4사구로 5실점하며 첫 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SK는 잠실경기에서 에이스 김광현의 6이닝 무실점 호투를 발판 삼아 LG를 2-0으로 꺾었다. 김광현은 3차례 등판에서 3번 모두 승리 투수가 됐다. 삼성은 한화를 12-1로 대파했고 두산은 롯데에 8-7로 승리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성구#김병현#KIA#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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