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복서, 인간의 판정에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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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아오 7년만에 패배
“심판들이 복싱영웅 죽여” 관중-해설자 의문 제기

‘신이 빚은 복서’라 불리는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34)가 무너졌다.

세계 복싱 역사상 처음으로 8체급을 석권한 파키아오는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챔피언 벨트를 걸고 12라운드 경기로 도전자 티머시 브래들리(29·미국)와 싸웠으나 심판 판정 1-2(113-115, 113-115, 115-113)로 졌다. 파키아오의 패배는 2005년 3월 19일 에리크 모랄레스(멕시코)에게 당한 판정패 이후 7년 3개월 만이다. 통산 4패(54승 2무)째를 당한 파키아오는 연승 행진도 15경기에서 멈췄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파키아오가 챔피언 벨트를 도둑맞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채점에 참여한 3명의 심판은 모두 미국인이다. 파키아오는 흠잡을 데 없는 몸놀림과 날렵한 펀치로 초반부터 분위기를 주도했다. 4, 5라운드에는 브래들리를 세게 몰아붙이면서 한 수 위의 기량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의 분석에 따르면 파키아오는 493개의 펀치를 날려 이 중 190개를 적중(적중률 38.5%)시켰다. 이에 비해 브래들리는 390차례 날린 주먹 가운데 109개의 유효타(적중률 27.9%)를 기록했다. 이런데도 판정에서 브래들리가 이긴 것으로 발표되자 관중 사이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ESPN 해설자 테디 아틀라스는 “복싱은 부정한 스포츠다”라는 말로 판정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파키아오의 프로모터 밥 애럼은 “심판들이 복싱을 죽이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파키아오는 “나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승리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덤덤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겼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찜찜한 판정 논란 속에 무패 행진을 이어간 브래들리는 29전 전승을 기록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파키아오#브래들리#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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