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석 (위), 박지훈 (아래)KIA의 대졸 신인투수 박지훈(23)이 연일 상한가다. 그는 올 시즌 개막 전까지 ‘무명’이었다. 하지만 5일 현재 19경기에서 2승 1패 6홀드 평균자책 1.86을 기록하며 팀 불펜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선동열 감독이 그를 ‘KIA 불펜의 오승환’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그런 박지훈은 경북고 재학시절 평범한 선수였다.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해 단국대에 진학했다. 그는 “만약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갔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다. 대학에서의 4년이 없었다면 오늘의 박지훈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 프로의 벽 넘지 못하는 고졸 신인
박지훈처럼 대졸 신인들이 뒤늦게 빛을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억대 계약금을 받은 고졸 대어들의 성공은 줄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야구전문가들은 “프로의 벽은 날로 높아지는데 고교야구의 수준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고교시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는 선수조차 프로에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2007년 김광현(SK) 이후 특급 고졸 신인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지난해 고졸 신인 최대어 하주석(한화)은 1, 2군을 오르내리고 있다. 2011시즌을 앞두고 7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왼손 투수 유창식(한화)도 지난해 2군을 전전했다.
○ ‘야구수업’ 받은 대졸 신인이 뜬다
제2의 박지훈을 꿈꾸며 대학에 진학하는 고교야구 선수가 늘고 있다. 대학야구는 프로에 비해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안정적인 경기 출장 기회도 주어진다. 대졸 신인투수들이 고졸 신인에 비해 경기 운영 능력이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지훈은 “대학 진학 후에는 1학년 때부터 30경기 이상 나갔다. 특히 프로 2군과의 경기 경험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사회의 축소판인 대학을 경험하며 자기관리 능력, 사회성, 인성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박지훈은 “고졸 신인은 실력에 비해 많은 돈과 관심을 얻으면서 자기관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학 선수는 야구와 사회를 경험할 수 있어 프로라는 정글에서도 적응하기가 쉽다”고 했다.
3일 북일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66회 황금사자기대회에서 만난 유망주들 가운데 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선수가 적지 않았다. 수도권 프로구단의 한 스카우트는 “초특급 선수가 아니라면 무조건 프로에 진출하는 걸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프로에서 2, 3년 안에 생존하지 못할 바에는 대학에서 기본기를 닦고 프로무대에 서는 게 낫다”고 말했다. ▶ [채널A 영상] 치열한 프로야구…감독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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